法 “저성과 근로자라도 해고하려면 업무 이행 불가능 이유 회사가 입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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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저성과자 근로자더라도 해고를 하려면 회사 측이 이유를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는 A씨를 해고한 현대자동차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1992년 현대차에 입사한 A씨는 2007년 과장으로 승진해 간부사원으로 근무해왔다. A씨는 2018년 3월 회사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았다. 2004년 제정된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따라 A씨가 4년 연속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사회 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A씨는 부당해고라며 반발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 절차는 적법하지만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라고 보긴 어렵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현대차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불복한 현대차 측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장기간 근무성적이 극단적으로 부진했고 개선의 여지를 찾아볼 수 없어 ‘사회 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는 통상해고 사유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사용자 측이 증명해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정당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A씨의 불량한 태도나 성적으로 담당 업무의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A씨의 근로의사가 없는 게 현저하게 증명돼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은 “저성과자로서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면 근로자 압박 수단으로 사용돼 근로자의 지위가 과도하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매년 일정한 업무성과를 거두고 있었고 근로의사가 있었다고 봤다. 실제로 A씨는 업무성과 향상을 위한 계획서를 수차례 회사에 제출하며 개선 의지를 보였다. 또 회사 내에서 동호회를 개설해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동료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법원은 간부사원에 대한 취업규칙 자체가 부당하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특정 직종의 근로조건만을 불이익하게 변경해 간부사원을 차별적으로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간부사원은 부하직원을 관리·감독하는 직무를 담당하고 있어 업무의 시간적 양보다 질이 더 중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봤다. 따라서 “현대차가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일반사원과 다르게 취급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취업규칙은 무효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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