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 값을 따로 받는 치킨집, 잘못된 걸까

중앙일보

입력 2020.02.22 08:00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26)

오늘날 소비자가 짜장면을 시키면 당연히 단무지가 밑반찬으로 나오고, 치킨을 시키면 무가 따라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처럼 서로 다른 물건이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경우 법에서는 어떤 규정을 두고 있을까.

그 표현이 다소 계급사회를 연상케 하는 면도 있지만 우리 민법 제100조에서는 주물(主物), 종물(從物)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물건의 소유자가 그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 자기소유인 다른 물건을 이에 부속하게 한 때에는 그 부속물은 종물’이라고 정의하면서 ‘종물은 주물의 처분에 따른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당사자가 어떻게 할지 별도로 정하지 않은 물건도 당연히 계약 대상에 포함되거나 그 물건까지 법적 효력이 미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민법에서 정하는 주물과 종물 관계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종물은 사회통념상 계속해 주물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작용을 해야 하고, 주물에 부속돼 있어야 한다. 또 종물은 주물의 구성 부분이 아닌 독립한 물건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물과 종물의 소유자가 같아야 한다.

주유소의 주유기에 대하여는 법원에서 종물이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주유기는 비록 독립된 물건이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주유소 건물 자체의 경제적 효용을 다하게 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Pixabay]

주유소의 주유기에 대하여는 법원에서 종물이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주유기는 비록 독립된 물건이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주유소 건물 자체의 경제적 효용을 다하게 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Pixabay]

주물과 종물에 관해 법원에서 판결된 사례를 살펴보자. 호텔에 설치된 텔레비전, 전화기, 세탁기, 탈수기, 드라이크리닝기, 엠프 등은 호텔 건물 자체의 경제적 효용에 직접 이바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있다.

이에 반해 주유소의 주유기는 종물이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주유기는 비록 독립된 물건이기는 하지만 유류저장 탱크에 연결돼 유류를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기구로 주유소 영업을 위한 건물이 있는 토지의 지상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또 그 주유기가 설치된 건물은 당초부터 주유소 영업을 위해 건축됐다는 점 등을 종합했을 때, 그 주유기는 계속해 주유소 건물 자체의 경제적 효용을 다하게 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또 횟집으로 사용할 점포 건물에 횟감용 생선을 보관하기 위해 신축한 수족관 건물은 위 점포 건물의 종물이라고 본 사례가 있다.

이 외에도 오징어 채낚이 어선에 설치된 오징어잡이용 자동조상기와 수중기계 등 어구는 그 선박과는 독립된 유체동산이나 원래 위 선박의 소유자가 위 선박을 오징어 채낚이용으로 상시 사용하기 위해 주물인 선박에 부속시킨 것으로 본 사례도 있다. 주물인 선박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효력 및 주물인 선박에 대한 가압류, 압류 기타 공법상의 처분 효력은 종물인 어구에 당연히 미친다고 본 것이다.

최근 온라인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아파트 매매를 할 때 기존에 설치된 에어컨 또는 식탁, 붙박이장 등에 대해 전 소유자인 매도인과 별도의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 그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된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례를 찾긴 어려운데 아무래도 소송을 하면 드는 시간과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 등에 비해 경제적 이득이 크지 않아 다소 억울하더라도 그냥 어느 한쪽이 포기하거나 원만하게 합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살펴본 종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과 관련 사례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전 주인이 자비로 설치한 벽걸이형 에어컨 등은 종물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대법원은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만 경료되고 대지지분에 대한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전유부분만에 대해 내려진 가압류결정의 효력은,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물 내지 종된 권리인 그 대지권에까지 미친다고 보았다. [사진 Pexels]

대법원은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만 경료되고 대지지분에 대한 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전유부분만에 대해 내려진 가압류결정의 효력은,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물 내지 종된 권리인 그 대지권에까지 미친다고 보았다. [사진 Pexels]

중요한 것은 종물은 주물의 처분에 따른다는 민법 규정은 무조건 적용되는 소위 ‘강행규정’이 아니라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도 있는 임의규정이어서 당사자는 주물을 처분할 때에 특약으로 종물을 제외할 수 있고 종물만을 별도로 처분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짜장면을 시켰는데 단무지가 나오지 않고 단무지도 별도로 주문해 요금을 내야 한다면 대부분의 손님은 너무 야박한 것 아니냐며 황당해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물며 훨씬 규모가 크고 많은 돈이 들어가는 계약 관계에서 당연히 나에게 권리가 이전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물건이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감정 문제나 소액의 추가 비용 부담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계약을 맺을 때 부속된 물건(권리도 마찬가지)도 당연히 계약에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경우 과연 상대방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만일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불분명하다면 이를 분명히 해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생각지도 못한 법률 분쟁에 휩싸이는 것을 방지하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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