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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회사 영업비밀 경쟁사에 유출? 막을 방법 있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25)

지난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이에 발생한 영업비밀 유출과 관련한 소송전이 큰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발생한 이면에는 핵심 연구 인력이 대거 경쟁 회사로 이직했다는 사실이 있다.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회사나 사업장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용 기술이나 요리 레시피와 같이 특별한 영업 노하우나 기술을 가진 사업장에서 직원을 채용해 열심히 가르쳤다고 하자. 그런데  그 직원이 경쟁업체로 이직을 하거나 바로 인근에서 같은 업종의 가게를 연다면 인간적인 배신감은 둘째로 치더라도 알게 모르게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손해 발생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혹은 이러한 일이 생겼을 때 보다 쉽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상법 제41조에는 ‘영업을 양도한 경우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양도인은 10년간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과 인접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 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경업금지 규정이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은 영업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 양도인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어서 영업양도가 아닌, 사용자와 직원 사이의 고용관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업은 같은 일을 하는 경쟁 관계로 두개의 직업을 의미하는 겸업과는 다르다.

사용자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고용계약을 맺을 때 경업금지 의무 조항을 넣고, 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으로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사용자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고용계약을 맺을 때 경업금지 의무 조항을 넣고, 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으로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한편 근로자가 퇴직하면서 영업비밀을 빼돌리거나, 기존 회사에서 알게 된 고객과 쌓은 신뢰를 악용해 퇴사 이후 거래처를 바꾸게 할 때 적용 가능한 법률이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하지만 법률이란 것이  그 적용 요건이 다소 까다롭고 사후조치 수단이라는 한계가 있다.

사용자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고용계약을 맺을 때 경업금지 의무 조항을 넣고, 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으로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판에서는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경업금지 약정의 효력이 인정한다는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즉,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기 때문에 경업금지 약정은 근로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제한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법원은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 판단을 위해서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①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② 경업 제한의 기간과 지역 및 대상 직종
③ 근로자에 대한 대가 제공 여부
④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 경위
⑤ 공공의 이익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중심으로 근로계약 시 좀 더 유의해 정할 사항을 살펴보자. 우선 경업금지 기간과 관련해 대체로 1년 내외의 기간으로 정한 경업금지 약정이 인정된 사례가 많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경업금지 지역을 정함에 있어서도 직선거리 500m, 또는 사업장이 소재한 곳과 같은 동 등 영업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으로 한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앞서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최근에는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가 지불되었는지 여부가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따라서 경업을 금지하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학원이 학원 강사를 채용하면서 경업금지 약정을 체결했으나 학원 강사가 학원을 그만두고 150m 떨어진 곳에 새로운 학원을 개설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학원과 강사 체결된 근로계약에 경업금지 약정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유효성이 인정되기 위한 제반 사정, 특히 그 약정에 따라 경업금지를 강제함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학원의 이익이 존재한다. 원고가 경업금지 의무를 부담하는 데 대해 적정한 대가가 지급되었으며, 일정 기간 특정지역에서 경업을 금지하지 않으면 공공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업금지 약정의 효력을 부정한 사례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한편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손해배상에 대해 미리 약정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조건 손해배상액을 크게 한다고 해서 그대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유의하여야 한다. 즉, 민법에는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어떤 학원에서 학원강사를 채용하면서 경업금지 의무 위반 시 손해배상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같은 민법 규정을 근거로 손해배상액을 3000만원으로 제한한 사례가 있다.

실제 소송에서 누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느냐는 소송 결과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경업금지 약정을 맺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용한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좋다. [사진 Pixabay]

실제 소송에서 누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느냐는 소송 결과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경업금지 약정을 맺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용한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 좋다. [사진 Pixabay]

물론 실제 재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사전에 약정한 손해배상액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 위반을 더욱 조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업금지 약정과 관련해 유의할 점은 바로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사정에 대해 사용자가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는 점이다. 진실은 하나인데 어떤 사항을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언뜻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경업을 금지하는 대신 적지 않은 돈을 현금으로 주었지만 이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 소송에서 상대방이 별도로 돈을 받지 않았다며 사용자의 주장을 부인해 버리면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는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이처럼 실제 소송에서 누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느냐는 소송 결과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특히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경업금지 약정을 맺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용한 자료를 빠뜨리지 않고 모아 두는 것이 좋다.

이상 경업금지 약정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가지는 기술이나 노하우는 결코 돈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그 사람의 땀과 노력이 깃든 소중한 자산이다. 부디 합리적인 경업금지 약정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나아가 상대방과도 상생할 수 있길 바란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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