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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에 주의해야 할 말 ‘선처’…피탄원인 상황 파악부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23)

최근 유력 정치인의 재판과 관련하여 13만여 명이 탄원서를 제출하였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탄원(歎願)의 사전적 의미는 사정을 호소해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의미다. 탄원서의 효력에 관해 특별히 정해진 규정은 없지만 탄원서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다른 사람의 선처를 구하기 위해 관계 기관에 제출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그런데 한 번도 탄원서를 작성해 보지 않으면 큰 부담을 가지게 되고, 특히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한다고 하면 지레 겁을 먹는 경우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탄원서 작성 방법에 관해 살펴본다.

형사 사건의 경우에는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의 엄벌을 탄원하는 경우도 있고, 죄를 지었지만 선처해 달라고 탄원하는 경우도 있다. 가능하다면 직접 판사나 검사, 또는 담당자를 만나 사정을 설명하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더구나 탄원인이 여러 명이라면 직접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탄원서라는 문서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탄원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그 양식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자유롭게 작성해도 무방하지만 진심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틀을 갖추는 것이 좋다.

탄원서는 탄원하는 내용을 곧바로 쓰는 것 보다는 탄원서 맨 앞장 윗줄 가운데 부분에 '탄원서'라는 제목을 큰 글씨로 쓰는 것이 좋다. [사진 pixabay]

탄원서는 탄원하는 내용을 곧바로 쓰는 것 보다는 탄원서 맨 앞장 윗줄 가운데 부분에 '탄원서'라는 제목을 큰 글씨로 쓰는 것이 좋다. [사진 pixabay]

맨 앞장 윗줄 가운데에 ‘탄원서’ 기재
우선 탄원서를 받아 보는 입장에서는 탄원서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문서도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사서류나 재판서류는 대부분 수백 쪽에서 수천 쪽에 이르기 때문에 제목이 없으면 어떤 문서인지 바로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탄원하는 내용을 곧바로 쓰는 것보다는 탄원서 맨 앞장 윗줄 가운데 부분에 ‘탄원서’라는 제목을 큰 글씨로 쓰는 것이 좋다. 참고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는 서류 윗부분에 구멍을 뚫은 뒤 끈으로 묶어서 편철한다. 따라서 문서 위쪽에는 어느 정도 여백을 두고 제목이나 내용을 쓰는 것이 읽기 편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어느 사건에 대한 탄원인지 명시하는 것이 좋다. 정식으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라면 사건번호가 있으므로 사건번호를 쓰면 된다. 그리고 탄원하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하면 된다. 한편 사건 당사자가 한 명뿐이라면 피탄원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지만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여러 명이라면 탄원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피탄원인도 명시하는 것이 좋다.


본론 전에 자기소개부터
본문에는 호소하고자 하는 내용을 쓰면 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탄원서는 직접 호소하는 것이 어려울 때 글로 대신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선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이 좋다. 초면에 인사도 없이 본론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인지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특히 소송 등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사건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탄원서를 받아(보다 엄밀히 말하면 서명만 받아) 제출하는 경우도 있는데, 탄원인이 당사자와 어떤 관계에 있고, 어떻게 사건을 알게 되었는지, 왜 탄원서를 제출하는지 등을 먼저 설명한다면 탄원서를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탄원 내용에 대해 보다 신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탄원서를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보통 편지를 쓸 때도 ‘00에게’라고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찰 수사단계라면 담당 수사관이 탄원서를 본다고 생각해야 하고, 검찰 단계라면 검사, 재판 단계라면 판사가 탄원서를 읽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사여구· 사자성어 사용 자제해야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면 이제는 진짜 하고 싶은 내용을 작성한다. 사건 경위라든지 피해 내용, 혹은 피탄원인의 평소 행실 등 사건의 성격에 맞추어 호소하고자 하는 내용을 작성하면 된다. 이때 주의할 것은 최대한 진솔하게 작성하는 것이다.
종종 과도하게 미사여구나 사자성어를 사용하거나, 혹은 사건과 관련 없는 정치적 비판, 음모론 등이 담긴 탄원서를 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이러한 탄원서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급적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피탄원인의 성품이 착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 탄원인이 겪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이를 설명하는 것이다. 막연히 “피탄원인은 효심이 가득한 효자로서 온 동네에서 칭찬이 자자했습니다”라고 하는 것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는데, 피탄원인이 이렇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피탄원인은 매일 부모님께 전화 드려 안부를 물을 정도로 효심이 가득해서 온 동네 어른들이 늘 칭찬하던 분이었습니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피탄원인의 성품을 설명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탄원서의 마지막 부분에는 탄원인이 원하는 결론을 쓴다. 만일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라면 최대한 선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면 되고, 엄벌을 구하는 탄원서라면 반드시 엄벌해 달라는 내용을 쓰면 된다. [사진 pixabay]

탄원서의 마지막 부분에는 탄원인이 원하는 결론을 쓴다. 만일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라면 최대한 선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면 되고, 엄벌을 구하는 탄원서라면 반드시 엄벌해 달라는 내용을 쓰면 된다. [사진 pixabay]

피탄원인의 상황 파악해야
탄원서의 마지막 부분에는 탄원인이 원하는 결론을 쓴다. 만일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라면 최대한 선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면 되고, 엄벌을 구하는 탄원서라면 반드시 엄벌해 달라는 내용을 쓰면 된다. 또 피탄원인이 누명을 쓴 상황이라면 피탄원인의 무고함을 밝혀 달라는 내용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간혹 피탄원인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사건 내용을 잘 모르는 탄원인이 피탄원인에게 죄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대부분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탄원서 양식이 죄는 인정되지만 가벼운 처벌을 원할 때를 전제로 한 것들이 많아 그런 오해가 생긴 것 아닌가 짐작된다. 그런데 선처라는 표현은 통상 죄가 인정되더라도 가벼운 처벌을 부탁할 때 쓰는 표현이므로 탄원서를 작성할 때 피탄원인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한 뒤 작성해야 한다.

신분증 사본도 가급적 첨부
탄원서 말미에는 탄원서를 작성한 날짜와 탄원인 서명 혹은 날인을 하고, 뒤에는 탄원인의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면 된다. 신분증 사본이 없다고 해서 탄원서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신분증 사본은 탄원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이라는 증빙이 되므로 가급적 첨부하는 것이 좋다.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해야 하는지 컴퓨터로 작성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정답은 없지만 아무래도 자필 탄원서가 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자필 탄원서는 읽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사진 pixabay]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해야 하는지 컴퓨터로 작성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정답은 없지만 아무래도 자필 탄원서가 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자필 탄원서는 읽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사진 pixabay]

자필이 컴퓨터보단 진정성 보여
이 외에도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해야 하는지 컴퓨터로 작성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분들도 많다. 여기에도 정답은 없지만 아무래도 자필 탄원서가 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자필 탄원서는 읽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기 때문에 설명할 내용이 많을 때는 컴퓨터로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작성하면 되는데, 일반적으로 법원에서 사용되는 서류는 글자 크기가 12포인트라는 점을 참고하여 너무 작은 글씨로 작성하지 않도록 하고, 문서의 위, 아래, 양옆의 여백도 넉넉히 하는 것이 읽기 편하다. 탄원서를 비롯한 사건 서류는 흥미진진한 소설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이상 탄원서 작성 요령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탄원서 작성에 정해진 규칙은 없으므로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참고하여 각자의 상황에 맞게 작성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읽는 사람이 탄원 내용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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