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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찾은 윤석열 앞 드러누운 시민 "5·18 입장 밝혀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옛전남도청지킴이 오월어머니들'을 피해 광주고검·지검 밖 도로까지 나왔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탄 차량이 상황 정리 후 다시 검찰청사로 진입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20일 '옛전남도청지킴이 오월어머니들'을 피해 광주고검·지검 밖 도로까지 나왔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탄 차량이 상황 정리 후 다시 검찰청사로 진입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20일 광주고검·지검을 찾은 '옛전남도청지킴이 오월어머니들' 회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입장을 듣겠다며 윤 총장 전용차량 앞에 누워 있다. 이가영 기자

20일 광주고검·지검을 찾은 '옛전남도청지킴이 오월어머니들' 회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입장을 듣겠다며 윤 총장 전용차량 앞에 누워 있다. 이가영 기자

전국 순시 두 번째 일정으로 광주고검‧지검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는 시민들로 인해 정문이 아닌 지하주차장을 통해 검찰청사에 들어갔다.

20일 오후 2시쯤 광주지검에 도착한 윤 총장은 박성진 광주고검장, 문찬석 광주지검장 등 간부급 검사들의 인사를 받았다. 이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윤 총장은 “옛날과 똑같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광주고등·지방검찰청에 들어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지방검찰청 격려 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광주고등·지방검찰청에 들어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지방검찰청 격려 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 총장은 “15년 전 이곳에서 근무하다가 딱 이맘때 전출 행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 정이 많이 들어서인지 제가 말문이 나오지 않아 검사장님께서 박수로 마무리하게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처음 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5년이 지났지만 주변 환경이나 건물이 그 모습 그대로 있어 너무 반갑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사‧기소 분리 등에 관한 질문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청사로 걸음을 옮겼다.

20분쯤 뒤 윤 총장은 걸어서 2분 거리에 위치한 광주고등법원에 인사를 가기 위해 다시 청사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윤석열 총장! 오월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라는 플래카드를 든 ‘옛 전남도청지킴이 오월어머니들’이 윤 총장을 향해 “우리 아들 한 좀 풀어 달라”고 다가왔다.

'옛전남도청지킴이 오월어머니들' 회원들이 20일 광주고등법원에 들어간 윤석열 검찰총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가영 기자

'옛전남도청지킴이 오월어머니들' 회원들이 20일 광주고등법원에 들어간 윤석열 검찰총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가영 기자

이들은 윤 총장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가자 바닥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남편이 5‧18 당시 부상을 입었다는 추혜성씨는 “욕하려고 온 게 아니다”며 “윤 총장도 40년 동안 생각해본 게 있을 테니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마디 듣기 위해 급조해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온 단체 회원은 “전두환을 구속해 달라”며 “검찰총장이 그 죄를 못 다스리면 누가 하겠나. 우리 얘기만 들어주면 한이 풀릴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가운데 '오월 어머니들'이 윤 총장이 탄 관용차 앞을 막아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가운데 '오월 어머니들'이 윤 총장이 탄 관용차 앞을 막아서고 있다. [뉴시스]

법원에서 나온 윤 총장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준비된 전용 차량에 탑승하자 이들은 흥분했다. 일부 회원은 “어딜 가느냐”며 차 앞을 막아섰고, 이들을 말리려는 직원들과 엉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윤 총장이 탄 차량은 바로 검찰청사로 오지 못하고 입구 도로까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등 주차장을 돌고 돌았다. 단체 회원들은 그의 차량을 뒤쫓았고, 결국 윤 총장은 지하주차장을 통해 검찰청사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도보 2분 거리를 차를 타고 5분 넘게 걸려 돌아온 셈이다. ‘오월어머니들’은 “어떻게 한마디를 들어주지 않느냐”며 윤 총장이 나올 때까지 차량 앞에서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총장은 앞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12·12는 군사반란이며 5·18은 이러한 군사반란과 헌정파괴 행위에 저항한 민주화운동”이라며 “역사적으로 결론 내려진 사건임에도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왜곡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는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 시절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 사형을 구형한 데 대해 “헌법을 침해한 중대범죄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광주고검‧지검으로 향하는 도로 양쪽으로는 윤 총장을 지지‧반대하는 이들이 늘어섰다. 왼쪽에는 ‘윤석열의 사법정의 수호를 응원한다’ ‘너만 믿는다’는 피켓을 든 이들이 “윤석열 잘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반대쪽에선 ‘검찰이 정치해도 되나’ ‘장관님 말씀 안 들어도 되나’ 등의 피켓을 든 진보단체 회원들이 자리했다. 이들 관계자가 몸싸움을 벌여 현장을 지키던 경찰들이 제지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20일 오후 검찰청사 앞에서 윤 총장 광주 방문에 찬반 입장을 보인 단체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20일 오후 검찰청사 앞에서 윤 총장 광주 방문에 찬반 입장을 보인 단체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 총장은 이날 오후 3시쯤 광주고검‧지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비판했던 문 지검장 등이 자리한다. 오후 5시쯤에는 각 사무실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오후 6시 이후 만찬에는 광주고검 관할에 있는 박찬호 제주지검장과 노정연 전주지검장이 함께 한다. 두 사람은 윤 총장의 직전 대검 참모다.

윤 총장이 간담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13일 첫 지방 검찰청 방문지로 찾은 부산에서는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초 법무부가 주최한 전국 검사장 회의 하루 전 광주를 찾으면서 이에 관한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코로나19를 이유로 회의가 갑작스럽게 연기되면서 윤 총장 발언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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