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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균형을 잡는 꼬리날개, 리베로 오은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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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 [사진 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 [사진 한국배구연맹]

비행기 꼬리날개는 작지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프로배구 대한항공엔 꼬리날개 같은 선수가 있다. 신인 리베로 오은렬(23)이다. 갑작스럽게 주전이 됐지만 안정된 경기력으로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을 돕고 있다.

오은렬은 경기대를 졸업하고,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했다. 오은렬은 입단하자마자 주전 정성민의 뒤를 받치며 차츰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정성민이 허리 디스크로 빠지면서 제1리베로로 도약했다. 오은렬은 기대 이상의 리시브 능력을 선보이며 정성민이 빠진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리시브 성공률은 41.48%(19일 기준)로 8위. 리베로 중에선 전체 1위인 현대캐피탈 여오현(49.28%)와 5위 KB손해보험 정민수(45.57%) 다음으로 높다.

19일 인천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경기에서도 오은렬의 활약은 은은하게 빛났다. 오은렬은 주로 서브 리시브 상황에서 투입돼 안정적으로 공을 올렸다. 18개 중 13개의 리시브를 정확하게 올렸다. 범실은 0개. 대한항공은 3-0 완승을 거두고 8연승을 질주하며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 [사진 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 [사진 한국배구연맹]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오은렬과 제2리베로 이지훈이 너무 잘 해주고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긴장할 법도 한데 잘 버티고 있다. 오전, 오후, 야간 훈련까지 운동을 많이 하는데 잘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라운드 MVP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배구는 19명이 하는 것"이라며 주저하면서도 "한 명을 꼽으라면 오은렬이다. 신인치고는 당차지 않나. 무난하게 리시브도 잘 해주고 있다. 신인왕도 괜찮지 않나"라고 했다.

박 감독의 말대로 오은렬은 신인왕 후보로 손색이 없다. 시즌 초반엔 삼성화재 정성규와 한국전력 구본승, 두 명의 날개 공격수가 앞서가는 구도였다. 하지만 최근엔 현대캐피탈 구자혁과 오은렬, 두 명의 리베로가 추격하는 구도다. 오은렬은 대한항공이 정규시즌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팀 프리미엄까지 기대할 수 있다.

오은렬은 "성민이 형이 다친 뒤 미안하다는 얘기를 했다"며 "솔직히 이 정도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운이 좋아서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박기원 감독의 라운드 MVP 후보 이야기를 전해듣자 "저희 팀엔 잘하는 형들도 많은데 그렇게 말해셔서 영광"이라고 웃었다. 신인왕 욕심에 대해선 "당연히 받으면 좋을 거 같다"고 했다.

오은렬의 뒤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레전드 리베로 최부식 코치다. 최 코치는 V리그 통산 리시브 2위(4696개), 디그(상대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 2위(3891개)에 올라있다.최부식 코치는 "오은렬이가 대학 때부터 리시브가 좋았다. 몸이 빠른 편이 아니라 그래서 평가가 아주 좋진 않았지만 안정감이 있었다"며 "제1리베로는 리시브가 되어야 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감각이 좋은 선수다. 완성형 리베로로 만들어지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재목감으로 봤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 [사진 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 리베로 오은렬. [사진 한국배구연맹]

최부식 코치가 꼽는 오은렬의 강점은 멘털이다. 최 코치는 "첫 경기 때는 조금 긴장했지만 이후엔 잘 버티고 있다"며 "훈련도 힘든 내색 없이 잘 하고, 내가 농담 한 번을 하면 두 번을 한다. 흔들림이 없다"고 웃었다. 오은렬은 "코치님은 가르쳐주시는 자세부터 다르다"며 고마워했다. 같은 신인 리베로인 구자혁, 장지원(우리카드)에 비해 나은 점을 얘기해달라고 하자 "리시브에서는 자신이 있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오은렬과 리시브를 함께 하는 레프트 정지석은 "감이 정말 좋다. 이정도까지 신인이 해주기는 정말 어렵다"며 "최근 배구 추세가 강서브보다 목적타다. 특히 V리그가 범실이 많긴 해도 까다로운 서브를 넣은 선수가 많은데 잘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선수가 맞나 싶기도 하다. 2단 토스나 경험만 쌓으면 더 좋아질 것이다. 우리 팀 리베로 걱정은 없다"고 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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