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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봉준호만큼 박재욱을 응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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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임미진
임미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임미진 폴인 팀장

임미진 폴인 팀장

우연이라고 하기엔 계속 겹친다. 세계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한 명과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한 명이다. 오스카상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과 박재욱 타다 대표. 봉 감독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10일(한국 시간)에, 박 대표는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얄궂게도, 봉 감독이 출연 배우들과 수상 소감을 나누는 공식 기자회견을 여는 19일에 박 대표는 법원으로부터 1심 판결을 받는다.

그냥 우연일 뿐이지 둘을 엮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들이 하는 일은 굉장히 유사하다.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그걸 통해 사람을 움직인다. 사회를 바꾼다. 세상의 혁신가들이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같다. 그렇지 않다고? 수상 이후 봉준호 감독의 어록을 박재욱 대표의 입장에서 해석해볼까.

노트북을 열며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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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봉 감독의 유명한 수상 소감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봄 폴인스터디에서 강연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타다가 궁극적으로 바꾸고 싶었던 것은 승차 경험이었다. 나부터가 쾌적한 이동에 대한 갈증이 컸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간 서비스를 하고 싶었다.” 성공한 예술 작품만이 아니다. 성공한 서비스는 창업가가 발견한 개인적 문제를 파고들어 해결한 경우가 많다.

“한국적인 상황과 조건에 충실해지려고 했고, 그러다보니 저절로 장르가 파괴됐다.” 봉 감독은 “형사들의 어설픔과 지질함 같은 한국적 상황에 충실하다보니 기존 스릴러나 형사물의 규칙이 파괴되었다”고 돌아봤다. 논란의 중심인 타다의 ‘변칙 운영’은 무엇에서 시작됐나. 새로운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는 한국의 촘촘한 규제다. 전세계에 퍼진 ‘차량 공유 서비스’라는 보편적 장르를 우리 국민은 한번도 목격조차 하지 못했다.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어 기쁘다.” 17일 귀국한 봉준호 감독은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갈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박재욱 대표의 본업은 무엇일까.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졸업과 동시에 창업한 10년차 기업인. 35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비트윈이란 서비스를 일군 뒤 모빌리티 시장이라는 가시밭길에 도전한 모험가.

그는 언제쯤 이 논란을 마무리짓고 본업에 집중할 수 있을까. 세상을 바꾸는 이들은 모두가 영웅이고 혁신가다. 한국적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의 혁신은 기생충만큼이나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을 봉 감독만큼이나, 선고 공판정의 박 대표도 뜨거운 응원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임미진 폴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