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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들이 묻는다, 사업 커지면 처벌받냐고? 혁신이 죄냐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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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박재욱 타다 대표

박재욱 타다 대표

‘운명의 한 주’. 지난 1년간 논쟁을 불렀던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에겐 이번 주가 그렇다. 17일 시작하는 2월 임시국회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다룰 예정이다. 19일엔 여객자동차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박재욱 VCNC대표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린다. 업계에선 이번 주가 타다의 운명뿐만 아니라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다.

내일 1심 선고 박재욱 타다 대표 #“타다금지법, 과거 지키고 미래 막아 #정부와 협의했는데…징역 구형 참담 #1만대 증차 발표는 미숙했다 인정 #쏘카와 타다 분리해 유니콘 도전”

중앙일보는 박재욱(35) VCNC 대표를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때마침 쏘카 이사회는 타다 사업 부문을 쏘카로부터 분리하고 박재욱 대표를 신설법인 타다 대표에 선임하기로 12일 의결했다. 일각에선 타다 사업성이 불투명해지자 쏘카가 타다를 ‘꼬리 자르기’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 대표는 “타다는 꼬리가 아닌 머리”라며 “매각 얘기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왜 독립하는가.
“쏘카와 타다는 사업모델이 다르다. 차량만 공유하는 쏘카와 달리 타다는 드라이버와 함께 하는 사업이다. 새로운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선 ‘안정적 쏘카’와 ‘역동적 타다’를 분리하는 게 유리하다. 두 서비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해, 더 빠르게 두 개의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만드는 데 도전할 것이다.”
이제 이재웅 대표와 타다의 관계는.
“이 대표는 신설법인 타다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2008년 포털 다음 경영에서 물러난 것처럼, 이젠 타다 대주주로서 역할만 한다.”
타다. [뉴스1]

타다. [뉴스1]

박 대표는 지난해 10월 타다 서비스 출시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차량 1만대 증차 계획’을 발표했다. 이해당사자인 택시기사들의 대대적인 시위가 이어졌고 관련 법 개정안에는 타다 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갔다. 박 대표에게 현 상황을 자초한 측면이 있지 않냐고 묻자 “미래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이 와전됐다. 미숙했던 점을 인정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엔 ‘타다 금지’ 외에도 혁신적 서비스를 허용하는 조항도 있다. 왜 반대만 하나.
“택시 규제를 푸는 건 당연히 찬성한다. 그런데 우리 서비스를 죽이는 조항까지 어떻게 찬성할 수 있나. 미래를 규제해 과거를 지키는 법안이다. 택시 규제를 푸는 부분만 따로 처리하자는 얘기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여금을 내고 플랫폼 운송 면허를 받으면 되지 않나.
“기여금은 우리가 먼저 얘기한 방안이다. 하지만 명확한 실태조사 없이 시장의 ‘파이’가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여금부터 낼 순 없다. 이미 택시업계에 정부가 주는 보조금이 연간 8000억원이 넘는다. 스타트업이 얼마나 증차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돈(기여금)부터 내고 사업을 시작하라는 건 불공정하다.”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는데.
“안타깝고 씁쓸하다. 법정에서 멍한 느낌이었다. 법에 명시돼 있는 서비스이고 관련 부처와 대화하면서 만들었는데 형사 피의자가 되니 참담한 마음이다.” 
타다 지지 탄원서가 확산되고 있던데.
“요즘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 ‘괜찮냐’고들 묻는다. ‘타다가 사라지면 우리 사업은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한다. 이런 공포심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전염된다. 젊은 창업가들이 어떤 혁신을 할지 고민하는 대신 ‘사업이 커지면 나도 처벌받는 거 아닌가’하고 두려워하는 얘기만 한다.”

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험난하지만 0에서 1을 만드는 일, 기술을 통해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 평생 하고 싶은 일이었다”면서 “창업 자체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치열하게 미래만을, 사업만을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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