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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통위 추곡 가 건의안 배경|차등가격제로 통일벼 감산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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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곡유통위원회가 수 차례의 정회와 3차의 투표를 치르는 진통을 겪으면서 추곡수매에 대한 건의안을 결정했다.
결정과정에서 치른 진통이 보여주듯 올해 추곡수매정책은 그 동안 기본적으로 거론되어왔던 생산비개념문제, 도-농간의, 소득격차 해소문제 외에도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요인들이 작용하면서 어려움을 증폭시켜왔다.
이번에 제시된 내용 중 수매가격 인상폭이 이전에도 제기되어왔던 생산비 증가 및 도-농간의 소득격차 완화를 반영한다는 원칙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정부의 일반미 수매와 차등가격제도는 앞으로 양정에 있어 본질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다.
인상률 외 기준이 되는 통일벼의 경우 생산비 증가율을 7·3%로 책정하고 여기에 도-농간 격차를 감안, 3·7%를 소득보상 명목으로 가산해 11%로 결정됐다.
생산비책정에서 주요한 변동요인으로는 이제까지 계상되지 않던 영농계획마련, 영농교육 등에 들어가는 시간을 직접생산비중의 노력비에 포함(연8시간, 10리터 당 1만3천7백92원)시켰다는 점과 그 동안 논란이 됐던 볏짚 등 부산물가격을 크게 낮추었다는 점(10ha당 88년 7천8백86원↓89년 3천7백45원)이다.
이 같은 생산비 개념의 조정은 현실 반영이란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노임은 농협조사를 바탕으로 단가가 23·3% 오른 반면 농업기계화에 따른 노동시간단축을 감안, 작년보다 약 14·8% 오른 10ha당 12만2천5백36원으로 책정됐다.
이 같은 변동요인을 반영한 생산비 상승 분이 7·3%로 잡혔고 여기에 작년(3∼4%)과 비슷한 도-농간 소득보상을 더해 책정된 것이 11% 인상의 근거다.
수매가 인상결정이 끝까지 논란을 거듭한 것은 소득보상을 얼마로 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이는 기획원을 중심으로 강력히 거론돼온 한자리 숫자 인상원칙을 벗어난 것이기도 하지만 재야 농민단체의 주장(41·07%인상)은 물론이고 농협요구(18·4%), 3야당 안(19∼20%) 과도 거리가 큰 것이어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양곡유통위원회의 건의안은 수매가보다도 일반미 수매와 차등가격제도에 더 큰 의미가 담겨있다.
올 봄 정부는 올해 추곡수매물량을 5백50만 섬으로 이미 예시했던 바 있다. 그러나 수요감퇴와 재고누증으로 쌀값이 단 경기에도 하락을 거듭하면서 산지 일반미 값이 작년 수매가를 밑도는 이변(?)이 일어나면서 문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최근 들어 수매가 인상결정을 앞둔 기대심리로 쌀값이 회복세에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산지시세는 작년 수매가를 밑도는 실정이며 농가가 팔 시기를 놓쳐 쌓아놓은 재고물량이 1백50만∼2백만 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과잉재고와 올해 추곡의 생산초과분을 합칠 때 내년도 양곡수급은 3백50만 섬 정도의 공급초과를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따라서 적정한 수매물량의 확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엄청난 쌀 파동의 우려마저 배제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일반미의 정부수매는 처음 있는 일로 지난해는 농협이 통일벼와 같은 가격에 일반미 1백만 섬 수매를 계획했으나 상대적인 저 가격과 과거 경험에 비춰 단 경기의 가격상승을 기대한 농가들이 내놓기를 꺼려 57만6천 섬 수매에 그친바 있고 이것이 결국 농가의 과잉재고로 이어지는 요인이 됐다.
또 하나 양곡유통위원회 건의안의 중요한 변화는 차등가격제도다.
기본적으로 일반 벼와 통일벼의 가격차이는 당연하다.
무엇보다 단위면적 당 생산량에 상당한 차이(88년 단위면적 당 일반벼 수확은 통일벼의 87·5%)가 있고 소비자의 기호 도를 고려한 시장성도 다르다. 이제까지 농협을 통한 일반벼 수매는 단 경기 때의 가격안정을 기본목표로 했던 것인데 비해 올해는 거꾸로 가격지지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끔 상황이 변했다.
또 쌀 소비의 감소와 재고증가, 양질의 일반미선호도증가라는 변화에 따라 수급 및 가격관리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방향모색이 필요케 됐다.
양곡유통위원회의 차등가격제도 도입건의는 통일벼의 감산 유도를 통한 생산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올해 양곡유통위원회의 건의안은 지난해의 예로 보아 추곡수매가 최종결정이 결정적 기초가 될 것은 분명하다. 또 올해 건의안의 핵심인 정부의 일반미 수매와 차등가격제도는 정부의 인식이나 정당의 반응으로 볼 때 양과 차등 폭의 일부조정은 몰라도 기본 원칙은 수용될 것으로 여겨진다.<박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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