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소 비자발급 "줄다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과 모스크바에 설치된 한소 양국 무역사무소에 대한 영사기능 부여 여부를 놓고 양국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등 제3국 주재 한국공관에서 비자를 발급 받지 않고 입국하려던 소련인들이 입국절차를 못 밟아 억류되는 등 마찰이 일고 있다.
외무부당국자는 2O일 『정부는 서울과 모스크바에 설치된 양국의 무역사무소가 비자발급 등 영사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는 원칙에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소련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모두 제3국 주재 소련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비자를 발급 받고 있다』고 밝히고 『따라서 한국을 방문하는 소련인도 당연히 우리의 재외공관에서 비자를 발급 받아 입국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국내법과 국제관례에 따라 조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말 대륙연구소(소장 장덕진) 초청으로 입국하던 소련의 세계 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수석연구원 코발료프와 나자레프스키 박사 등 2명이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해 공항부근 호텔에서 외부인출입이 통제된 상태에서 2일간 억류된 적이 있다.
이들이 억류되자 초청자인 대륙연구소는 직원을 동경으로 급파, 이들의 비자를 대신 발급 받아 오는 불편을 겪었으며 코발료프 등이 우리 정부에 항의했으나 관계당국은 이를 묵살했다.
또 오는 11월 22일 민주당 초청으로 방한하는 소 IMEMO의 마르티노프 소장 등 관계자 5명도 이달 초 초청자인 민주당을 통해 제3국을 경유하지 않고 김포공항에서 직접 비자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외무부와 법무부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당국자는 『소련인들의 이 같은 태도는 공항에서의 비자발급을 관례화 시켜 국제법상 영사업무를 대행할 수 없는 무역사무소에 영사기능 부여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하고 『정부는 양국관계가 최소한 준 수교단계인 대표부 설치까지 가지 않으면 영사업무를 서울과 모스크바에서 할 수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