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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마산 보도연맹사건 희생자 6명 무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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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 등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4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한국전쟁 때 숨진 보도연맹원 6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 등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4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한국전쟁 때 숨진 보도연맹원 6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쟁 당시 좌익으로 몰려 군사재판 뒤 사형당한 민간인 6명에 법원이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발생 70년 만이다.

법원 "이적행위 증거 없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부는 이날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된 보도연맹원 6명에 대한 국방경비법 위반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북한에 호응하는 등 이적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의 아버지 등 보도연맹원 6명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중순∼8월 초순 헌병과 경찰로부터 소집 통보를 받았다. 한 극장에 모인 이들은 영장 없이 체포돼 마산형무소에 불법으로 수감됐다.

이들에게는 국방경비법의 이적죄가 적용됐다. 남조선로동당(남로당)과 규합해 괴뢰군에 협력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중 141명은 1950년 8월 18일 열린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은 선고 뒤인 같은 해 8월 말 집행됐다.

재심 청구 6년여 만에 무죄

이들의 명예가 회복된 절차는 2009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숨진 보도연맹원들이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감금된 후 사형당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유족들은 2013년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재심 청구를 했다.

재심 청구 사유를 인정한 법원은 2014년 4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이 항고, 재항고하는 과정에서 재심 절차가 늦춰졌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재심이 확정돼 재심 개시 6년여 만에 무죄 선고가 났다.

노 회장은 "돌아가신 분들은 당시 '논을 매다 잠시 보자고 해서 불려갔거나 부역하러 오라고 해서 나갔던 분들이었다"며 "가족들은 내 남편, 내 자식이 어디로, 어떤 죄로 끌려갔는지 모른 채 수십 년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70년 만에 무죄가 나와 좋긴 하지만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희생자 유족들을 변호한 이명춘 변호사도 "오늘 무죄 판결이 났지만, 당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거나 통일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좌익으로 몰려 억울하게 보도연맹원들이 여전히 많다"며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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