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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단체장, 당에 “보내달라”···그 요청이 우윤근 발목 잡았나

중앙일보

입력

13일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 [연합뉴스]

13일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 [연합뉴스]

“우윤근 전략공천 요청?” 논란

전남 광양·구례·곡성 선거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우윤근(62) 전 러시아 대사가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 전 대사, “국민의 요구” 불출마 #전남 광양·구례·곡성 내리 3선 의원 #유력 후보…불출마 배경은 말 아껴

우 전 대사는 13일 광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에 조금이라도 답하는 심정으로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비록 현실정치를 떠나지만, 언제 어디서건 고향과 나라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회 사무총장과 문재인 정부 초대 러시아대사 등을 지낸 우 전 대사는 광양·구례·곡성 출마가 꾸준히 거론돼 왔다. 현재 무소속 정인화 의원의 지역구인 광양·곡성·구례는 우 전 대사가 내리 3선을 지낸 ‘텃밭’이어서다. 해당 선거구에선 현역인 정 의원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총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가 13일 전남 광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에 조금이라도 답하는 심정으로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가 13일 전남 광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에 조금이라도 답하는 심정으로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출마 안 했어도…여론조사 1, 2위 

민주당에서는 정 의원에 맞서 4명의 예비후보가 공천경쟁을 하고 있다. 권향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과 박근표 전 YTN 총무국장, 서동용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 법률인권특보, 안준노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 노동특보 등이다. 그동안 우 전 대사는 출마 입장을 밝힌 적이 없음에도 다수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서동용 예비후보와 1, 2위를 다투며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지역 정가에서는 우 전 대사가 불출마 입장을 밝힌 데는 최근 광양·구례 지역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민주당에 총선 출마요청 건의서를 보낸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속 정당에 자신에 대한 출마를 요청하는 건의서가 전달된 것을 놓고 논란이 일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광양·구례 지역 전·현직 단체장 3명과 현직 도의회 의장, 군의회 전·현직 의장 등 6명이 최근 우 대사의 총선 출마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민주당에 보냈다. 이들은 건의서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서 큰 인물이 필요하다”며 우 전 대사를 광양·구례 선거구로 내려보내 달라는 취지로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2017년 6월 12일 서울 여의도 극회로 들어서며 우윤근 당시 국회 사무총장(왼쪽)의 영접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2017년 6월 12일 서울 여의도 극회로 들어서며 우윤근 당시 국회 사무총장(왼쪽)의 영접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우윤근 내려보내달라" 건의 논란

이를 놓고 광양·구례 선거구에서는 전략공천 요청 및 선거법 위반 등 논란이 제기됐다. 선거 중립이 요구되는 현직 단체장 등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건의서를 소속 정당에 보낸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서다.

우 전 대사는 이날 “광양 불출마가 정계 은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여지를 남기면서도 불출마 배경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질문은 받지 않고 미리 준비된 회견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광양 출신인 우 전 대사는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한 후 내리 3선(17·18·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16년 4·13총선 당시 ‘안철수 바람’을 탄 정인화 의원에 패해 4선이 좌절된 후 국회 사무총장과 러시아 대사 등을 지냈다.

광양=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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