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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여 관객 몰린 광안리… e스포츠 그렇게 재미있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밤 ‘스카이 프로리그 2006’전기리그 결승전이 열린 부산 광안리. 오후 3시30분부터 e스포츠 최대의 축제인 이번 경기를 지켜보려는 관객들이 광안리 백사장으로 몰려들었다. 경기가 시작된 7시30분에는 모두 4만여명의 관중이 몰려 백사장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진행된 결승전을 지켜봤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맑았던 하늘이 검게 변하면서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관중들은 자리를 뜰줄 몰랐다. 게임을 즐기는 10대 중학생부터 30대 직장인까지 젊은층 3세대가 모두 쉴새없이 환호성과 탄식을 뱉어내며 경기를 즐겼다.

광안리에서 스카이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전이 열린 것은 2004년부터로 당시 10만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지난해에는 최대 인파인 12만명이 운집했다. 이날 광안리를 찾은 최용준(15) 군은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는 공격과 수비가 신기할 정도로 빠르다”며 “현장에서 보면 야구나 축구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피서를 왔다가 광안리에 왔다는 김진규(36)씨는 “축구나 농구는 프로선수들의 경기를 본 뒤 흉내낼 엄두조차 못내지만 게임은 직접 따라해볼 수 있다는 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오전에 내려온 이수진(14)양은 “임요환 선수팬인데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e스포츠는 흔히 말하는 컴퓨터 게임이다. 현재 국내에는 전략시물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해 1인칭 슈팅게임인 스페셜포스, 스포츠게임인 팡야, 레이싱게임임 카트라이더 등 21개 종목이 있다. 한 해 열리는 게임대회만 100회에 육박하고 총상금 규모도 45억원 가량 된다. 스카이프로리그는 이중 1998년부터 국내에 소개된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는 경기로 프로게임팀들이 참여해 팀대항전으로 진행된다. 스타크래프트는 국내 e스포츠의 대표종목으로 스튜디오나 경기장을 찾는 관객만도 연간 60만~70만명에 달하고, SK텔레콤을 비롯해 삼성전자·KTF·팬택앤큐리텔 등이 후원하는 프로팀만 11개가 운영되고 있다. 프로게이머는 현재 200여명이 활동중이며 수십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팬카페를 거느린 선수가 수십명일 정도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임요한 같은 프로게이머는 연봉과 광고출연료 등 한 해 2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이날 광안리 결승전에는 SK텔레콤의 프로게임단인 T1과 MBC게임의 히어로가 맞붙었다. T1은 2004년부터 매년 광안리 결승전에 올라 우승을 차지한 전통적인 강팀이다.프로게임계의 최고 스타인 임요환을 비롯해 최연성, 박태민, 고인규 등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MBC 히어로는 전기리그에선 4위에 그쳤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KTF와 CJ 게임단을 잇따라 물리치며 돌풍을 일으킨 신생팀이다.

경기는 7전 4선승제로 진행됐다. 첫게임에서 MBC히어로가 승리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연이어 벌어진 세 경기에서 SK텔레콤 T1이 모두 승리하면서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오후 10시 30분 시작된 게임에서 MBC히어로는 대반격을 노렸지만 T1의 고인규 선수가 멋진 역전승을 따내면서 경기는 모두 끝났다. SK텔레콤 T은 우승상금으로 6000만원을, MBC히어로는 준우승 상금으로 3000만원을 챙겼다.또 이날 MVP에 선정된 고인규 선수는 200만원을 받았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온게임넷 황형준 국장은 “광안리 대회는 이제 국내 e스포츠를 대표하는 최대의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며 “올 해는 장마로 관객이 다소 줄어 아쉽다”고 말했다. T1의 단장인 신영철 SK텔레콤 전무는 “e스포츠의 열기가 해마다 더해간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며 “e스포츠는 함께 모여 경쟁하고 응원하는 우리 민족의 집단적 놀이문화와도 잘 어울리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e스포츠협회 김신배 회장은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한 해 8조원 이상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이제는 새로운 산업으로 확실히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스포츠 광안리 게임열기' 관련 영상은 조인스TV (http://tv.join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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