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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 셀프후원' 김기식 전 금감원장 1심서 징역6월, 집행유예 1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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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5000만원 셀프후원'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정진원 판사는 1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원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이 구형한 벌금 300만원보다 더 높은 형량이다.

김 전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16년 5월 19일 자신이 받은 정치후원금 중 5000만원을 더불어민주당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에 연구기금 명목으로 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더좋은미래에는 김 전 원장도 포함돼 있었다.

구형보다 높은 선고 "죄질 상당히 나빠" 

검찰은 김 전 원장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한 바 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피의자에 대해 벌금형이면 족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기소와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로, 비교적 죄질이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적용된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을 들여다본 후 정식 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판에 회부했다. 약식 절차로 결론을 내릴 정도로 경미한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법원과 별개로 김 전 원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결심 공판에서도 검찰은 앞서 약식기소할 때 적용했던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그보다 더 높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보다 더 높은 형벌을 선고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재판을 맡은 정 판사는 김 전 원장이 정치자금법 취지를 정면으로 반하는 범행을 저지른 데다가 기부금 5000만원 역시 사적으로 사용된 것과 다름 없으므로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김 전 원장이 기부한 5000만원은 그가 소장으로 재직했던 재단법인 '더미래연구소'로 입금됐다"며 "피고인이 2016년 6월~2018년 4월 사이 이곳에서 재직한 대가로 받은 9400여만원의 임금과 퇴직금의 상당 부분이 이 기부금인 5000만원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정치자금법에서 금지한 '가계에 대한 지원' 등의 사적 지출 사항에 해당해 충분히 부정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정 판사는 "이 단체에서는 회원들이 관례상 한 해에 한 번 1000만원을 연구기금으로 납부한 뒤 회비로 월 10만~20만원을 냈다"며 "김 전 원장의 기부금 액수는 종전의 납입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단 정 판사는 "피고인이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할 것"  

김 전 원장은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나 "항소해서 다시 다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좋은미래는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며 "관련 활동에 기부금을 내 것은 정치자금법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또 "판결 배경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재판 당사자로서 정치적인 해석은 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앞서 김 전 원장은 2018년 3월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으나 그 직후 '셀프후원' 논란 속 결국 사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전 원장의 기부 행위를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해 초 벌금 300만원에 김 전 원장을 약식기소했으나, 김 전 원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후연·함민정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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