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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움직임만 허락됐다···'공포의 크루즈' 선원들 감옥같은 하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요리사 사르카르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선내는 완전히 패닉 상태"라며 "우리가 이곳에서 벗어나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자신들 중 누구도 신종코로나 감염 검사를 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페이스북 캡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요리사 사르카르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선내는 완전히 패닉 상태"라며 "우리가 이곳에서 벗어나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자신들 중 누구도 신종코로나 감염 검사를 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페이스북 캡처]

“모디 총리님,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우리를 구해주세요.”

밥도 각자 객실서 해결, 산책은 하루 한 번이 전부 #"모디 총리, 우리 구하러 와달라" 인도 선원 호소 #대다수 승객은 신종 코로나 전염 검사도 못 받아

인도의 비나이 쿠마르 사르카르는 10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동료들과 함께 이렇게 외쳤다. 그는 자신을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요리사라고 밝혔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이 배에선 10일 하루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70명에서 135명으로 불어났다. 크루즈 선원 1000여명 가운데 인도인은 132명이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EPA=연합뉴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EPA=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격리된 탑승객 3000여명의 근황을 보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일본 하선을 거부했다. 이 배의 탑승객들은 지난 4일부터 2주간 배 위에서 격리 조치를 당한 상태다.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이들의 하루는 감옥이나 다름없다. 날마다 음식이 방 안으로 배달돼 들어온다. 하루에 단 몇 분간만 갑판 위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나마도 걸을 수 있는 공간이 1미터 가량에 불과하다.

선실 아래에선 1000여명의 선원들이 먹고 자면서 승객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팔꿈치를 부딪칠 정도로 좁은 공간이다. 화장실은 넷이서 한 곳을 나눠 쓴다. 이 네 명은 사실상 ‘바이러스 공동체’인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질병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이지만, 의도와 달리 격리 조치가 감염병이 번지는 걸 돕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선원은 최소 10명이다. 현장에 있는 직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확진을 받기 전에 넓은 홀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식사도 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평시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객실 내부 사진. [연합뉴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평시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객실 내부 사진. [연합뉴스]

지난 6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EPA=연합뉴스]

지난 6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익명의 승무원에 따르면 선상에는 마스크와 장갑, 손 세정제가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수가 감염된 경우 어떻게 감염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다고 한다. 일부 승객들은 승무원이 객실을 옮겨가며 돌아다니면서 고립된 객실에 병을 옮기진 않을까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배 안에 탄 이들은 극도로 초조한 상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요리사 사르카르는 “배가 마치 작은 마을 같다”면서 “병이 쉽게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르카르는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인도 정부가 자신들을 구하러 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400번 이상 공유됐지만, 현재까지 인도 정부의 답변은 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일하는 사르카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영상. 해당 게시물에는 "날이 갈수록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에서 우리를 구하러 와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페이스북 캡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일하는 사르카르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영상. 해당 게시물에는 "날이 갈수록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에서 우리를 구하러 와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페이스북 캡처]

앞서 CNN 인터뷰에 응한 한 미국인 부부도 영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헬기를 보내 우리를 구하러 와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배 안의 감염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확진 검사가 전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배 위에 감염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439명에 대한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 확인을 마쳤다고 말했다. 아직도 3000여명이 더 남은 셈이다.

신종 코로나 국가별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신종 코로나 국가별 확진·사망자 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문가들은 격리 상태가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우한 지역이 그 예다. 중국 당국에서 전염을 막겠다며 출입을 봉쇄하자 가족들끼리 전염되는 방식으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존. B. 린치 워싱턴대 감염병학 교수는 “(크루즈가) 우한과 비슷한 상태”라면서 “격리된 배에서 승객들은 함께 있도록 강제된 상황이다. 이는 전염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격리'된다는 건 격리된 내부인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외부인을 보호하는 조치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하루에 오카다 일본 하쿠오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도 “병이 배 위에서 전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누가 누구에게 감염됐는지 알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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