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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만에 확진' 28번 등장에도···"코로나 잠복기 14일"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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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0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10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14일. 현재까지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최장 잠복기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지 2주일 안에 발병하고 증상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에서 최장 잠복기가 24일이라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잠복기 내 발병 여부가 불분명한 28번 환자(31세 중국인 여성)도 나오면서 연이어 기존의 학설을 흔들고 있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과학적 근거에 따른 잠복기 기준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연구팀, 잠복기 0~24일 분석 논문 공개 #국내선 "극히 예외" "정보 수집 불충분" 반응 #뒤늦게 확진 판정 28번 환자도 논란 부추겨 #발열 증세 없어…"약 복용해 몰랐을 가능성"

10일 중국 과학망에 따르면 중난산(鐘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잠복기가 0~24일이라는 논문을 내놨다. 연구진이 계산한 잠복기 중간값은 3일이다. 이 논문은 중국 내 552개 병원의 확진자 1099명을 연구한 결과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의 최대 잠복기 14일을 넘겨서 발병한 환자가 있는 것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하지만 국내 반응은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 방지환 신종코로나 중앙임상TF팀장(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잠복기가 최장 24일이라는) 보도는 저도 읽어봤다.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실텐데, 호흡기는 (잠복기가) 10일 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신종코로나도 대체로 2~10일 정도이고, 주로 3~7일에 집중됐다. 24일까지 된다는 건 공포스러운데 제 생각은 있다 하더라도 굉장히 예외적이라고 생각한다. 발표자도 한 사례가 있을 뿐이라고 했기 때문에 굉장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하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중국 연구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논문이 아직 전문가 리뷰가 끝나서 정식 발표된 논문이 아니고 초고 형태로 제출된 것이다. 일부 환자에선 노출력이나 증상, 검사 결과들이 완비되지 않았고 정보 수집이 불충분한 부분도 있다"면서 "굉장히 예외적인 케이스다. 또한 중복 노출이 있었을 수 있는데 그 시점을 어떻게 잡느냐도 엄밀히 봐야 한다고 본다. 이 하나의 논문으로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잠복기 14일을 변경할 근거로는 불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중국 후난성 창사 기차역에서 보호복을 입은 방역원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중국 후난성 창사 기차역에서 보호복을 입은 방역원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번 환자(54세 남성)의 지인인 28번 환자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것도 잠복기 논란을 부추겼다. 28번 환자는 3번 환자와 함께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밀접 접촉자다. 지난달 26일 3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자가격리 대상이 됐고,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이 여성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수도, 3번 환자에게 2차 감염됐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이 확진자는 25일까지 3번 환자와 비슷한 동선 상에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난 8일까지 발병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자가격리 중 발열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잠복기 완료를 앞둔 8일 검사에선 양성·음성의 경계선상으로 나왔다. 9, 10일 연이틀 재검을 거친 끝에 최종 양성 판정이 나와 경기 고양 명지병원에 입원했다. 3번 환자와 마지막으로 접촉한 지 16일만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1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1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아직 이 여성의 임상적 특징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무증상 환자, 잠복기 넘긴 발병, 발병했지만 본인이 증상을 인지 못 한 상황 등이 모두 남아있다. 다만 이 환자가 성형외과 치료와 관련된 진통소염제·항생제를 복용하면서 의심 증세를 알아차리지 못 했을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정은경 본부장은 "진통소염제를 계속 복용하게 되면 발열과 근육통, 인후통 증상들은 본인이 크게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다. (나이가) 젊기 때문에 경미한 증상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잠복기 넘어서 양성으로 확인된 사례는 맞지만 잠복기가 14일 지나서 발병한 케이스라고 확정하지 않고 있다. 이 사람에 대한 심층 조사와 모니터링 결과를 놓고 (최종) 판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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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잠복기 기준을 바꾸는 걸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 본부장은 "24일 잠복기 근거를 가지고 모든 관리 기준을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선 잠복기를 (14일보다) 더 당겨서 시행하는 곳도 있다"면서 "기준을 당장 바꿀 계획은 없고, 정보를 계속 보면서 전문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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