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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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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스포츠팀장

장혜수 스포츠팀장

국어사전에서 ‘일(1)번지’를 찾으면 ‘어떤 분야에서 으뜸가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명절을 앞두고는 “밥상머리 최고 화제는 정치 이야기”라는 걸 보면, 동의하지 않지만, 정치가 ‘관심 일번지’인 듯하다. 지난 주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15 총선’(제21대)에서 ‘정치 일번지’ 종로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맞붙는다. 역시 동의하지 않지만 “4·15 총선의 판세를 좌우할 매치업”이라고 한다.

왜 종로가 ‘정치 일번지’일까. 옛 신문을 뒤져봐도 1960년대까지는 그 표현을 찾을 수 없다. 그러다가 1971년 ‘5·25 총선’(제8대)을 앞두고 한 신문이 판세 분석 기사(5월 7일 자)에서 서울을 ‘전국의 관심 일번지’ 그중에서도 종로를 ‘서울의 서울 같은 곳. 전국의 가장 까다로운 유권자를 포용하고 있는 수도 서울에서도 가장 의식 수준이 높은 유권자들이 모여 있다는 전국 제일번구’라고 소개했다.

정확하게 ‘정치 일번지’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건 1973년 ‘2·27 총선’(제9대)을 앞두고서다. 중앙일보는 2월 23일 자 ‘총선 앞으로 4일, 표의 흐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종로·중구는 정치 일번지 답게…’라고 썼다. 다른 신문도 26일 자에서 ‘정치 일번지의 고래싸움 종로·중구’라고 표현했다. 당시는 종로구와 중구를 묶어 지칭했다. ‘2·27 총선’은 소선거구제에서 2인 중선거구제로 바뀐 첫 선거였다. 서울 종로구와 중구는 한데 묶여 서울 ‘제1선거구’가 됐다. 그러다가 1988년 제13대 총선부터 소선거구제로 환원된다. 이후 ‘정치 일번지’라는 수식어는 대개 종로 쪽에 붙는다. 또 서울 강남구가 ‘신(新) 정치 일번지’라는 별칭을 얻는다.

종로구를 ‘정치 일번지’로 부르는 데 대해 다양한 설(說)이 있다. 종로 지역구 출신 정치인이 3명(윤보선·노무현·이명박)이나 대통령을 지내서 그렇다, 역대 총선에 거물급 정치인이 출마해서 그렇다, 청와대 주소가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현재는 청와대로 1번지)라서 그렇다 등등. 논리적 근거는 빈약해 보인다. ‘제1선거구’와 관련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뭐든 어떤가. (다른 출마 예정자에게 미안하지만) ‘4·15 총선’의 종로구는 전직 총리끼리 맞붙기에 ‘격전 일번지’다. 부디 국민을 웃게 해주는 ‘유머 일번지’가 되길 기대한다.

장혜수 스포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