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어떻게 대처해야하나|통합 앞둔 EC시장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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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직접투자 등 적극대응책 바람직
EC(유럽공동체)의 통합은 과연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연간 20%이상씩의 높은 수출신장률을 보이던 신 시장 EC의 장래가 통합으로 어떻게 변모할지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EC통합이 시장규모와 유통구조를 대형화시켜 향후 5년 내에 구매력이 50%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 반면일부에서는 반덤핑법, 수입쿼터제도 등이 전체 EC차원으로 확대돼 EC가 요새화 될 것이라는 비관론을 펴고있다.
비관론자들은 매년 20%이상씩 증가하던 대EC 수출이 금년의 경우 8월말까지 9·6%나 감소했고 우리 나라에 대한 EC의 반덤핑제소가 87년 이후 급증, EC전체 반덤핑제소 건수의 15·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이렇게 악화된 환경에서 우리기업이 살아남으려면 EC를 미일 다음가는 제3의 수출시장으로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인 정책을 펼 것과 현지 합작공장이나 직접투자를 통한 생산공장의 건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EC의 현지생산시설에 대한 규제강화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과연 현지에 합작진출을 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인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C는 올 들어 원산지 규정을 대폭 강화, EC내의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라 하더라도 전체부품의 현지 조달률을 따져 일정 기준이 넘을 때만 EC내 생산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VTR의 경우 45%, 자동차의 경우 60∼80%의 비율을 정하고 있고 최근에는 부품까지도 세세히 분해해 이의 원산지를 가린다는 분자이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EC내의 단일공업 규격제도를 오는 91년까지는 도입할 것이 확실시되고있다.
이는 아직까지도 기술수준이 낮은 한국기업들에 큰 부담을 줄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통상환경에 대처하고 효과적인 투자전략을 세우려면 단독출자에 의한 현지공장의 건설보다는 연관 산업과 공동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EC내에 열풍처럼 불고있는 M&A(기업매수합병)에 우리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김남두 구미실장 등 관계자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진출하면 중소기업은 생산에 전념하게 되고 종합상사는 이들에 대한 기술이전과 판매를 담당, 역할을 분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 논의되고 있는 방법은 EC와 코메콘(동구상호경제원조회의) 국가간의 개별적인 협정을 적극적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코메콘 회원국 중 EC와 무역자유화 협정을 맺은 헝가리·체코 및 로마조약에 의해 실질적인 EC회원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동독, 그리고 최근 개혁열풍이 불고있는 폴란드·유고 등에 우리가 합작기업을 설립, 이를 활용하자는 이야기다.
베를린 자유대학의 박성조 교수는 88년은 EC와 코메콘관계의 공식적인 시발점이라고 지적하면서 EC와 코메콘 쌍방간의 경제무역자유협정의 체결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 동구를 통한 서구로의 우회진출을 강조했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현재 EC의 준 회원국인 터키 등에 투자를 검토하고있으며 헝가리에 전자레인지공장 건설을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의 EC진출과 관심은 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하면 상대가 안될 정도다.
우리가 12개의 현지공장과 20여 개 기업이 진출했거나 진출을 고려하는데 반해 일본은 4백11개 사가 이미 진출한 상태.
또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가 이 달 중순으로 예정했던 유럽투자사절단의 파견이 관련업체의 외면으로 사실상 취소된 것도 우리기업들의 대EC 통합에 대한 관심도가 생각보다 적음을 보여준다.
KOTRA의 관계자는 더 늦기 전에 우리기업들과 정부가 EC통합에 대비한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기업들의 단견을 안타까워 한다.<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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