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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종 코로나 뒤에 올 기회, 걷어찰 것인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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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호 30면

한국 경제와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앓고 있다. 증세가 심상치 않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공장을 순차적으로 멈춰 세우기 시작했다. 중국산 부품 공급이 끊긴 탓이다. 가전·디스플레이 등 다른 주요 산업들도 언제 부품이 바닥날지 몰라 가슴 졸이는 판이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리란 걱정은 뒷전에 미룰 정도가 됐다.

중국 의존도 낮추는 공급망 재배치 가능성 #반기업·친노조로 투자 매력 떨어진 한국 #노동·규제 개혁해야 기업들 국내로 유턴

대기업의 국내 협력 중소기업들은 한층 더 애태우고 있다. 중국산 부품이 모자라 대기업 생산라인이 멈추는 통에 멀쩡한 국내 협력사마저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 당장 자금난을 호소하는 협력업체들이 생겼다. 현대·기아차가 그제 “협력사에 1조원 자금 지원을 하겠다”고 긴급히 발표한 이유다. 정부도 신종 코로나 때문에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이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살펴 조처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뿐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 이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싼 인건비, 거대한 소비시장, 그리고 한국과 가깝다는 이점 때문에 많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겼다. 지금 한국이 중국발 부품난을 겪는 원인이다. 중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들 역시 비슷한 처지에 몰렸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한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식으로 전 세계 공급망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에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고, 중국에 갔던 한국 기업이 국내로 되돌아오게(리쇼어링)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서는 기회를 살릴 수 없다. 가뜩이나 한국은 투자 매력도가 뚝 떨어진 상황이다. 반기업·친노조 일변도인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그러잖아도 높은 법인세율을 이 정부는 더 올렸다. OECD 같은 국제기구들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라”고 거듭 권고했건만, 정부는 귀족노조 편에서 거꾸로 노동시장을 한층 경직시켰다. 한국의 노사 관계는 밖에서 봐도 최악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노사협력을 OECD 꼴찌로 평가했다. ‘촛불 지분’을 내세운 귀족 노조는 갈수록 기세등등하다. 마스크 품귀가 빚어져 정부는 긴급 수급 조치를 한다는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마스크 생산을 위한 연장 근로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걸겠다고 나섰다. 규제는 풀리기는 커녕 기업들을 갈수록 옥죄고 있다.

결과는 투자 엑소더스다. 국내에선 문을 닫고 해외로 나간다.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는 8% 감소한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15% 늘었다. 나갔던 기업이 국내로 유턴하는 일도 가물에 콩 나듯 한다. 한 해 평균 10곳이 고작이다. 700~800개가 리쇼어링 하는 미국·일본과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외국인도 한국을 눈밖에 두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제조업 투자는 지난해 18% 감소했다. 이런 요인들이 겹쳐 지난해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자연히 제조업 일자리는 말라붙었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부르짖는 정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도 이대로 갈 텐가. 그건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다가올 ‘글로벌 공급망 재배치’라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겠다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한국의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국내 기업의 유턴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기는 언감생심이다. 프랑스는 세계 최고의 강성 노조에 맞서 해고를 쉽게 하는 등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실업률을 10년래 최저로 떨어뜨렸다. 미국은 법인세율을 낮추고 ‘규제 하나를 만들려면 두 개를 철폐한다’는 원칙을 세워 투자를 끌어냈다. 그러자 반세기 만에 최고인 고용 호황이 뒤따랐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가 가야 할 길도 자명해 보인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경제·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것인가 아닌가는 오롯이 정부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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