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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위약금 '태클'에 걸린 '쌍용' 복귀

중앙일보

입력

K리그 복귀를 타진 중인 기성용(오른쪽)과 이청용. FC서울에서 뛰던 2008년 둘의 앳된 모습. [중앙포토]

K리그 복귀를 타진 중인 기성용(오른쪽)과 이청용. FC서울에서 뛰던 2008년 둘의 앳된 모습. [중앙포토]

‘쌍용’ 기성용(31·전 뉴캐슬)과 이청용(32·보훔)이 프로축구 K리그 복귀을 타진하고 있다. 기성용은 전북 현대, 이청용은 울산 현대 이적설이 나온다. 두 선수 친정팀은 FC서울이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기성용·이청용 K리그 돌아올까 #기 전북 이 울산 이적설 모락모락 #국내 올 땐 서울과 우선 협상해야 #국내 복귀 땐 K리그 흥행 큰 기대

기성용과 이청용은 2006~09년 서울 1군에서 뛰었다. 서울에서 활약을 발판으로 유럽에 동반진출했다. 이청용은 2009년 7월 볼턴 원더러스(잉글랜드), 기성용은 같은해 셀틱FC(스코틀랜드)으로 각각 이적했다. 둘 다 이적료는 200만 파운드(당시 환율 기준 40억원)씩이었다.

기성용은 2012년부터 8시즌 동안 잉글랜드 스완지시티·선덜랜드·뉴캐슬에서 뛰었고, 1일 뉴캐슬 계약이 해지되면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이청용은 볼턴과 크리스탈팰리스를 거쳐 현재는 독일 2부리그 보훔에서 뛴다.

두 선수 모두 유럽에서도 서울 경기를 챙겨볼 만큼 친정팀에 대한 애정이 깊다. 둘 다 유럽으로 떠날 때 서울과 계약서에 ‘K리그 복귀 시 원소속팀 우선협상권’ 조항을 넣었다. 국내로 돌아오면 서울과 가장 먼저 협상한다는 조항이다.

K리그 복귀를 타진 중인 기성용(왼쪽)과 이청용이 2018년 5월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하는 모습. [연합뉴스]

K리그 복귀를 타진 중인 기성용(왼쪽)과 이청용이 2018년 5월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 4일 기성용의 전북 이적설이 흘러 나왔고, 서울은 뒤이어 "기성용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강명원 FC서울 단장은 6일 “기성용과 조용히 이야기 나누고 있다. 협상 시작 시점과 액수는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복수의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기성용 측은 한달 전부터 서울과 접촉했다. 뉴캐슬에서 주급 6만 파운드(9300만원)를 받던 기성용은 서울에 연봉을 삭감할 뜻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울과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서울이 기성용에 제시한 액수가 지난해 ‘K리그 연봉 킹’인 전북 김진수 연봉(14억3500만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어리그 출신 기성용으로서는 자존심 상할 일이었다.

그 와중에 기성용 에이전트가 전북과 접촉했다. 전북은 최근 로페즈를 상하이 상강(중국)에 보내며 이적료 70억원을 챙겨 자금력이 있다. 전북은 기성용에게 연봉 15억원+알파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돌발암초가 등장했다.

백승권 전북 단장은 “기성용 측에서 먼저 접촉해온 건 사실이고, 우리도 기성용에게 관심 있다. 그런데 기성용과 서울 사이에 ‘K리그 다른 팀 이적 시 위약금’ 조항이 있는 걸 뒤늦게 알았다. 기성용 영입 의사는 변함 없지만 한 발짝 물러서 있다. 무리한 금액을 지불하고 관행을 깨면서 영입하는 건 바람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성용이 전북에 갈 경우 서울에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강명원 서울 단장은 “위약금 조항이 있지만, 얼마인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위약금은 200만 유로(26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수 설정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2007년 FC서울 시절 기성용의 모습. 한편 기성용과 서울의 위약금은 양자 합의간 계약으로 당사자간 해결해야할 문제이며 K리그 선수등록에는 문제가 없다. [중앙포토]

2007년 FC서울 시절 기성용의 모습. 한편 기성용과 서울의 위약금은 양자 합의간 계약으로 당사자간 해결해야할 문제이며 K리그 선수등록에는 문제가 없다. [중앙포토]

서울은 전신인 안양 LG 시절을 포함해 K리그 6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이다. 하지만 최근 모기업(GS그룹)이 투자를 줄이면서 특급 선수 영입이 줄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기성용을 원하는지도 변수다. 서울의 경우 같은 포지션에 주세종, 한찬희가 있다.

기성용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서울과 서로 조건을 맞춰 친정팀에 컴백하는 게 하나다. 위약금을 내고 전북 등 K리그 다른 팀에 가는 게 다른 하나다. 다른 나라 리그로 가는 게 마지막 하나다. 뉴캐슬에서 사제지간이었던 라파엘 베니테스 다롄 이팡(중국) 감독이 기성용을 원한다는 영국 현지 보도도 있었다.

2008년 FC서울 활약 당시 이청용. [중앙포토]

2008년 FC서울 활약 당시 이청용. [중앙포토]

이청용은 울산의 공개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청용도 기성용처럼 풀어야할 문제들이 있다. 김광국 울산 단장은 “김도훈 감독이 이청용에 대해 전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희망과 달리 난제가 있다. 서울과 우선협상 조항이 있고, 보훔과도 4개월 남은 잔여계약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명원 서울 단장은 “우선 기성용 선수 쪽이 선결 과제”라며 이청용에 관해서 말을 아꼈다. 이청용 측 관계자는 “서울과 협상 중이다. 보훔과도 계약 해지를 논의하고 있다. 보훔은 6월 말까지 뛰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동시에 전북 이적설도 나온다. 백승권 전북 단장은 “이청용이라면 어떤 팀이든지 관심있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을 내놓았다.

서울은 최악의 경우 ‘쌍용’을 다 놓칠 수 있다. 많은 서울 팬은 구단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쌍용을 붙잡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일부 팬은 성명서까지 내놓았다. 많은 축구 팬이 두 선수가 어느 팀으로 가든 국내 복귀 만으로도 K리그 흥행에 불을 붙일 것으로 기대한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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