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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나쁜데 금융지주는 역대 최대실적…신한지주, 순이익 삼성전자 다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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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본점. [연합뉴스, 뉴시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본점. [연합뉴스, 뉴시스]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19년 경제성장률이 간신히 2%에 턱걸이할 정도로 경기가 둔화됐지만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는 오히려 고성장을 거뒀다. 저금리로 인해 은행 수익이 줄어들 거라던 당초 예상을 깬 결과다.

리딩금융지주는 신한지주

4~6일 하나·신한·KB금융지주가 연달아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이들 3개 금융지주사는 모두 지난해에 역대 최대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가장 앞선 건 신한금융지주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3조40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1위 금융그룹 자리를 지켰다. 전년보다 7.8% 늘어났다. 국내 상장사 중 삼성전자(21조7389억원)에 이어 당기순이익 2위로, 현대자동차(3조2648억원)를 앞선다.

KB금융지주는 전년 보다 8.2% 증가한 3조3118억원, 하나금융지주는 7.8% 늘어난 2조40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우리금융은 오는 7일 2019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계 대출이 떠받친 금융사 실적

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 당기순이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 당기순이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사실 1년 전만 해도 2019년 금융지주사 실적은 2018년보다 줄어들 거란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저금리가 심화되면서 은행의 수익성에 직결되는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빗나갔다. NIM은 줄었지만 대출 증가세가 탄탄하게 지속되면서 이자이익이 금융지주 성장을 이끌었다.

신한금융의 총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4.8% 증가한 7조9830억원, KB금융은 3.3% 증가한 9조1968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의 이자이익도 5조7737억원을 기록했다. 세 금융그룹이 지난해 거둔 이자수익의 합이 약 23조원이다.

집값이 크게 뛰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53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조6000억원(7%) 증가했다. 연간 증가폭은 2016년(55조8000억원) 이후 최대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지난해 금리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열풍으로 은행의 대출 이익이 커지는 일종의 박리다매 현상이 생겼다”며 “비이자 수익이 증가한 것 또한 이자를 적게 주는 은행 예금 외에 다른 투자 상품을 찾아 돈이 움직이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은행들이 점점 규제가 강화되는 가계대출 대신 자영업대출로 눈을 돌리면서 개인사업자대출도 크게 늘었다. 은행이 자영업자대출의 금리를 인하하며 공격적으로 영업하자, 은행 빚을 내 운영자금을 충당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났다. 지난해 말 4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4조5529억원으로 1년 전보다 7.1% 증가했다.

은행 자구책으로 비이자수익 강화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자구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지주의 비이자이익(3조1520억원)은 전년보다 33.3% 증가해 처음으로 3조원 문턱을 넘겼다.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이후 보험이익과 유가증권 관련 손익이 늘어났다. 투자은행(IB) 성과도 개선되면서 수수료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KB금융지주 역시 계열사 KB증권의 2019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44% 증가한 2579억원을 기록하며 비이자 수익이 크게 늘었다.

김재우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사 이익 중 비은행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며 “경기 침체로 올해 은행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카드‧보험‧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과 인수합병(M&A)에 따른 이익이 지주사 실적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올해 지주사 실적에 대해서는 “라임사태와 부동산 규제의 여파로 펀드 판매 등에 따른 수수료(비이자 이익)와 이자 이익 모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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