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해외 입양아』 우리 사회 치부 고발한 노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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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방송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지만 꾸짖을 수도 있다. 우리 스스로의 환부를 드러내고 자생과 개선을 촉구한다는 의미에서 오락적 기능보다 시청자를 꾸짖는 선도적 계몽기능이 사회발전을 위해서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지난 3주간 매주 월요인 MBC-TV가 방송한 『테마기획-해외 입양아』는 어처구니없이 방치돼온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노작이었다.
『해외 입양아』는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장면들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부끄럽게 태어나 버림받은 어린 생명들이 해외 입양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1부「버려진 아이들」, 입양아들이 낯선 양부모 밑에서 생활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 2부 「코리아에서 온 어린 동생」, 이미 성장한 입양 1세들의 현재 모습과 국내 입양기관의 문제점을 고발한 3부 「어머니 나라, 나를 버린 나라」. 한결같이 무관심·무책임한 모국의 어른들을 원망하는 해외 입양아들의 항변 같았다.
출산직후 정을 끊기 위해 아기의 얼굴도 보지 않고 친권 포기 각서인 입양 동의서에 서명하는 미혼모, 국내 입양에 실패해 미국의 4번째 부모를 찾아간 8살 꼬마, 히피족이 된 입양1세의 모습 등은 입양아들이 겪게 되는 비극적 삶의 단면들을 절감하게 했다.
특히 정신 박약아 1명을 포함해 한국 입양아 6명을 키우고 있는 미국인 입양 모가 국내 고아들의 생활상에 대해 『동물들도 그들보다 나은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부끄럽게 했다.
그러나 『해외 입양아』는 해외 입양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선에 그친 아쉬움이 있다. 결국 우리가 거두어야 할 우리의 핏줄이기에 해외 입양아 문제의 출발점과 귀결점은 모두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매년 수 천명의 해외 입양아가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에 대한 방향 제시, 특히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을 게을리 해온 당국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부분 등이 부족해 전반적으로 문제를 감상적 차원으로 다루는데 그친 느낌이다.
또 50분물 3부 작을 매주 1회씩으로 나둬 편성함으로써 집중적인 관심을 끌지 못했던 점도 지적돼야할 부분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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