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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손’에 찔린 과르디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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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개인 통산 5번째 골을 터트린 ‘맨시티 킬러’ 손흥민이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손흥민 앞쪽에는 모리뉴(오른쪽) 토트넘 감독, 뒤편으로 관중이 흔드는 태극기가 보인다. [AP=연합뉴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개인 통산 5번째 골을 터트린 ‘맨시티 킬러’ 손흥민이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손흥민 앞쪽에는 모리뉴(오른쪽) 토트넘 감독, 뒤편으로 관중이 흔드는 태극기가 보인다. [AP=연합뉴스]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49·스페인) 감독은 손흥민(28·토트넘)만 보면 머리가 아플 것 같다. 손흥민이 ‘펩의 시티’(Pep’s city, 맨시티)를 상대로 5번째 골을 터트렸다. ‘펩의 시티’는 영국에서 펩과 맨시티를 합성한 용어다.

손흥민은 ‘펩의 시티’ 킬러 #맨시티전 쐐기골, 3경기 연속골 #과르디올라 부임 후 벌써 5골째 #수비라인 끌어올리는 팀에 강해

토트넘 손흥민은 3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맨시티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이 2-0으로 이겼다. 손흥민은 후반 26분 침투 패스를 받아 페널티 아크 왼쪽 부근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시도했다. 수비수 맞고 살짝 굴절된 공은 골망 왼쪽에 꽂혔다.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바이에른 뮌헨·맨시티를 이끌며 28차례나 우승한 명장이다. 그런 그가 2016년 8월 사령탑에 오른 이후 맨시티는 손흥민에게 5골(8경기)을 내줬다. 손흥민보다 더 넣은 선수는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6골)뿐이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손흥민에게 3골을 얻어맞고 탈락했다.

이날 맨시티는 볼 점유율(67%-33%)과 슈팅 수(18-3)에서 크게 앞섰다. 전반 27분 세르히오 아게로의 슛은 골대에 맞았다. 전반 40분 일카이 귄도간의 페널티킥은 골키퍼 위고 요리스에 막혔다. 후반 15분 올렉산드르 진첸코는 퇴장당했다.

토트넘에서는 후반 18분 스티븐 베르흐베인(23·네덜란드)이 선제골로 터뜨렸다. 그리고 경기 내내 고립됐던 손흥민이 쐐기골 한 방으로 부진을 씻었다.

토트넘전에서 경기가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자 민머리를 만지는 과르디올라 감독. [EPA=연합뉴스]

토트넘전에서 경기가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자 민머리를 만지는 과르디올라 감독. [EPA=연합뉴스]

경기 도중 과르디올라 감독은 손으로 쉴 새 없이 민머리를 만졌다. 또 벤치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기도 했다. 그는 경기 후 45분간 드레싱룸에서 선수들에게 일장연설하다가 기자회견에 지각했다. 2위 맨시티(승점 51)는 1위 리버풀(승점 73)에 따라붙기 힘들어 보인다. 리버풀은 남은 13경기에서 6승만 추가하면 우승이다.

제드손 페르난데스와 포옹하는 손흥민. 손흥민은 전반 내내 고립됐다며 평점 7점을 받았다. 그는 지난 시즌 막판 같은 절정의 폼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3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AFP=연합뉴스]

제드손 페르난데스와 포옹하는 손흥민. 손흥민은 전반 내내 고립됐다며 평점 7점을 받았다. 그는 지난 시즌 막판 같은 절정의 폼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3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AFP=연합뉴스]

손흥민은 2주 전까지 골 침묵에 빠졌다. 지난해 12월23일 첼시전 퇴장에 따른 3경기 출장정지 징계 이후 한 달 반 동안 골이 없었다.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지난해 11월, 10년 함께 한 에이전트와도 결별했다. 축구에 집중할 상황이 아니었다.

스스로 극복했다. 지난달 23일 노리치시티전(리그), 26일 사우샘프턴전(FA컵)에 이어 3경기 연속골이다. 시즌 13호 골. 토트넘은 5위(10승7무8패·승점 37)로 올라섰다.

영국 BBC는 ‘이 주의 팀’을 선정하면서 스리톱에 모하메드 살라, 피르미누(이상 리버풀), 그리고 손흥민을 뽑았다. 그리고 ‘이건 아시나요(Did you know)’ 코너에서 손흥민이 과르디올라를 상대로 5골을 넣었다고 소개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동영상 인터뷰에서 수차례 “어메이징”이라고 말했다. “맨시티전 승리를 위해 어떻게 노력했나”라는 질문에 “달리고, 싸우고, 다시 돌파하고, 또다시 경합했다”고 대답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2016년 8월 사령탑에 오른 이후 맨시티는 손흥민에게 5골(8경기)을 내줬다. 손흥민보다 더 넣은 선수는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6골)뿐이다. [사진 옵타 트위터]

과르디올라 감독이 2016년 8월 사령탑에 오른 이후 맨시티는 손흥민에게 5골(8경기)을 내줬다. 손흥민보다 더 넣은 선수는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6골)뿐이다. [사진 옵타 트위터]

손흥민이 맨시티에 강한 이유는 뭘까. 장지현 해설위원은 “맨시티 같은 강팀은 수비라인을 끌어올린다. 그렇기 때문에 빈 곳을 공략하는 손흥민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도르트문트(독일)에도 유독 강했다. 도르트문트를 상대로도 뒷공간을 공략해 9골을 터트렸다. 꿀벌을 연상시키는 유니폼을 입은 도르트문트에 강해 ‘양봉업자’로 불린 손흥민. 이제는 ‘맨시티 킬러’로 불러야 할 듯하다.

베르흐베인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뒤 한 손으로 얼굴을 덮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 세리머니는 손흥민이 나중에 따라 해 화제가 됐다. [사진 토트넘 인스타그램]

베르흐베인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뒤 한 손으로 얼굴을 덮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 세리머니는 손흥민이 나중에 따라 해 화제가 됐다. [사진 토트넘 인스타그램]

지난달 29일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베르흐베인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렸다. 하프발리골을 터트린 뒤 한 손으로 얼굴을 덮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베르흐베인은 “FIFA 축구게임을 하다가 친구들이 해보래서 (세리머니를)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장 위원은 “베르흐베인은 손흥민처럼 양쪽 윙으로 뛸 수 있다. 경쟁자라기 보다 는 2선에 전술적 유연성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를 하던 중 손흥민이 기침을 했다. 일부 네티즌이 해당 인터뷰 영상에 ‘손흥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징후를 보인다’고 댓글을 달았다. 동양인이라는 점을 이유로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 다른 네티즌은 손흥민을 뺀 토트넘 선수들이 마스크를 쓴 합성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를 하던 중 기침하는 손흥민. 일부 네티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징후를 보인다는 인종차별적 댓글을 달았다. [사진 스카이스포츠 캡처]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를 하던 중 기침하는 손흥민. 일부 네티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징후를 보인다는 인종차별적 댓글을 달았다. [사진 스카이스포츠 캡처]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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