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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신종코로나 옮긴 박쥐종 많다···먹지 않아도 감염 위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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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3일 대전 화학연구원에서 열린 '신종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3일 대전 화학연구원에서 열린 '신종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주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의 박쥐 서식 환경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박쥐 바이러스는 인수 공통감염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박쥐종이 국내에도 많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3일 대전 화학연구원에서 열린 '신종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생명연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발생 이후 박쥐의 샘플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박쥐에는 131개의 바이러스가 있고 이 중 60여개가 인수공통 바이러스다. 국내 동굴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박쥐종은 이번 신종코로나를 옮긴 종으로 보이는 관박쥐다.

연구팀은 국내 동굴에서 550개 이상의 분변을 채취해 50종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찾아 바이러스 계통 분석을 했다. 그 결과 베타보다는 알파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많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베타 코로나바이러스 그룹에 속한다.

대전에서 열린 신종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장 간담회. [연합뉴스]

대전에서 열린 신종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장 간담회. [연합뉴스]

정대균 박사는 "우리나라는 박쥐 등 야생동물을 먹지는 않지만 조사를 하면서 위험성을 느꼈다"며 "동굴에 장독 등 음식물을 보관하는 이들도 있었고 무속인들이 동굴 안에서 기도하면서 박쥐와 접촉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여름에 피서를 위해 다리 밑에서 쉬는 경우도 있는데 박쥐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박쥐 분변이 닭장에 떨어져 가축에 옮겨지고 그것이 다시 사람으로 옮겨지는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연구원에서 2016년 국내 박쥐에서도 메르스 유사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며 "인수 공통감염병의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환경과 동물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태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사업성이 낮아 민간기업의 연구개발(R&D)이 저조하고 발생을 예측하기 어려워 시장성이 불확실하다"며 "현재 일본 뇌염 빼고는 전 세계적으로 사스·메르스 등에 대한 백신이 없는 것도 그 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개별적인 연구소에서 단편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며 "공공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 산학연과 병원의 융합 연구를 통해 민간 기업이 할 수 없는 국가적인 아젠다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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