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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홍성란(대학 일반)·김선희 (중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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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본사주최 중앙시조 백일장>
중앙일보사가 겨레 시 짓기 운동 일환으로 벌인 제9회 중앙시조 백일장이 15일 경복궁 근정전 앞뜰에서 열렸다.
이날 백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시조 동호인 및 관계인사 3백여명이 참가, 시조가 우리 민족정신에 밴 정통 시가임을 다시 한번 확인케했다.
『근황』 『맥』(대학·일반부), 『산책』『고향들녘』을 시제로 내건 이날 백일장에서 대학·일반부 장원은 홍성난씨(32·서울 도봉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1016동 505호)가, 중·고
등부 장원은 김선희양(19·서울 송곡여고3년)이 각각 차지했다. 입상자와 심사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대학·일반부 ▲차상=김수정 ▲차하=최용수 ▲입선=이상진·홍카타리나·정성언·박경화·허혜수
◇중·고등부 ▲차상=김병수 ▲차하=김금희 ▲입선=이춘대·김상수·이소연·박후원·김경주·강필남·이보경·박해진·최계환·김영화
◇심사위원=이태극·박재삼·이근배·이상범·김제현·이우종·서벌·이은방
『근황』 <대학·일반부 장원> (홍성란)
못 가눈 시간들만
만조된 이 가을날
잎마다 수런수런
겨운 진수식인가.
아우성 물든 지도는
여직 멀미 뿐이네.
저 들녘 갑판 위엔
새떼들의 사물놀이
탈곡된 한 가마 벼값
매기면 얼마되리.
바람이 물소리와 함께
셈하다 가버리네.
신음소리 드높아라,
괴어오른 쌀막걸리.(주)1
한겨레 솟는 불길
서녘하늘 노을같고
백양목 떠는 가지엔
걸린 해 비틀비틀.
노래여, 가꾸어 추린
우리들의 긴 참바여.(주)2
믿어도 될 튼튼한 밧줄
틀었는가 멀었는가.
버린 닻 녹슬기 전에(주)3
잡아매어 사려야지.
(주)1.괴어오르다…발효하기 시작하다.
2.참바…볏짚이나 삼으로 세 가닥을 지어 굵다랗게 늘인 줄.
3.버리다…날이 무딘 연장을 불에 달궈 날카롭게 만들다.
『근황』<대학·일반부 차상>김수정 < 경기도 파주군 조리면 태일천중학교 >
이름 아니면 빛깔로라도
내 몫을 갖고 싶다.
노상 빈방을 두드리다
목이 쉬는 그림자를
거두어
깊어진 눈에
하늘만 담아 왔다.
이쯤에서 돌아보면
너를 만날 것도 같아
두레박 드리워도
키를 넘는 깊은 갈증
비워도
넘치는 가을만
항아리를 빚고 있다.
『산책』 <중·고등부 장원> 김선희
햇살을 맞기에
게으른 내 모습을
누군가 아침 일찍
바람 앞으로 불러내니
가슴엔 허허로움만이
사방으로 울어댄다.
무엇에 이끌린 듯
내딛는 걸음속에
예전에 버려버린
얼굴이 겹쳐지고
슬픔은 새삼스럽게
가슴을 파고든다.
마냥 떨어지는
나의 가을속에
새들은 용케도
둥지를 틀고
분주히 생명들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그렇지…
그렇지…
그렇게 사랑하는 거지
머얼리 햇살이
눈부시게 다가서고
결정은 눈 녹듯 녹아
볼을 타고 흐른다.
『산책』 <중·고등부 차상> 김병수 <부산공고 3년>
Ⅰ.
옷고름 풀어 헤쳐
문을 여는 가을 하늘
발길 닿는 층계마다
연등 빛 길을 에워
빈목청
속끝 너머로
빗장 긋는 손길이여.
Ⅱ.
이 울안 처마밑에
깃을 털며 지저귄 새
깊푸른 정적 물고
허공 속에 몸을 던져
내 시선
길게 끌고서
산 그림자 밟아 가고.
Ⅲ.
무늬결 연륜 깊은
기둥 따라 도는 소리
발자취 그어 놓은
잎새마다 색을 칠해
소솔히
부는 바람을
저리 두고 갈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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