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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키즈존’처럼 놀이공간 마련, 어른·아이 문화 공존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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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호 17면

식당 노키즈존 이어 ‘노 배드 패런츠 존’ 

‘울거나 큰 소리를 내는 어린이는 허용되지 않습니다(Children crying and making noises are not allowed).’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에 위치한 한 식당은 이런 경고문을 써 붙였다. 이 식당은 또 아기 전용 의자를 두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6개월 자녀를 데리고 식당에 방문했던 한 손님은 지역방송을 통해 “아기를 위한 의자가 없어 식당을 나가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식당은 아이 동반 손님이 입장할 때마다 ‘뛰거나 돌아다니지 말라’는 내용이 적힌 카드를 제공했다. 한국의 ‘노 배드 패런츠 존’처럼 아이를 입장시키되 사전에 주의를 준다는 취지다. ‘나쁜’ 부모와 아이에 대한 조치는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선 ‘뛰지 말라’ 카드 주기도 #런던 아이 놀 곳 갖춘 펍 늘어 #특정 집단 아닌 ‘행동’ 제한해야

노키즈존 논란도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먼저였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2012년 기내 최초 노키즈존인 ‘콰이어트 존(quiet zone·조용한 구역)’을 만들었다가 승객들의 비난에 못 이겨 철회했다. 영국에선 1995년 부모 동반 어린이의 펍(pub) 출입을 허용하는 법이 통과된 후 꾸준히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10년 BBC는 ‘이 주제로 시청자 토론방을 연 결과 노키즈존을 옹호하는 주장이 압도적이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금지’ 존에 대해 어른과 아이의 ‘공존’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영국 런던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을 따로 마련한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화비평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영국의 펍에서는 부모들이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편하게 쉴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어른 문화와 아이 문화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예스(Yes) 키즈존’과 ‘웰컴(Welcome) 키즈존’도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특정 집단이 아니라 특정 ‘행동’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도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2016년 ‘노키즈존 확산, 어떻게 볼 것인가’ 보고서에서 ‘뛰는 행위 금지’, ‘소란 금지’ 등 집단이 아니라 행동을 대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를 제지하고 배제하기보다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방식으로 조치해야 한다”며 “‘가게 안에선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같은 문구를 써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여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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