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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계약자 비행기 못탔다...스토브리그 승자는 구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년 스토브리그가 구단의 완승으로 끝났다.

넥센과 롯데에서 뛰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손승락. [뉴스1]

넥센과 롯데에서 뛰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손승락. [뉴스1]

키움이 31일 대만 가오슝으로 떠나면서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스프링캠프 체제에 들어갔다. 부상 등의 이유가 아닌 다른 사정으로 빠진 선수는 롯데에서 뛰었던 자유계약선수(FA) 손승락(38)과 고효준(37), 그리고 삼성 소속 구자욱(27)과 이학주(30) 등 4명이다.

구단과 선수 양측은 계약의 마지노선을 스프링캠프 출반 직전으로 생각한다. 협상 기간에는 치열하게 싸우고 갈등해도 활동기간 시작(2월 1일) 전에는 계약을 마무리해왔다. 과거에는 연봉 계약을 하지 않은 선수도 일단 캠프에는 데려가는 관례가 있었다.

고효준은 37세 나이에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으나 미계약 상태다. [중앙포토]

고효준은 37세 나이에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으나 미계약 상태다. [중앙포토]

캠프 출발 전까지 계약하지 않았다는 건 양측의 입장차가 크다는 의미다. 특히 FA는 1월 말을 넘긴 이상, 계약이 더 지체되거나 아예 무산될 수 있다. 지난해 롯데에서 FA 자격을 얻은 노경은(36)도 캠프 출발 때까지 계약하지 못하다가 끝내 1년을 쉬었다. 노경은은 결국 지난해 11월 롯데와 계약(2년 최대 11억원)했다.

손승락과 고효준의 상황도 절박하다. 지난해부터 각 구단들은 FA 쇼핑 경쟁을 멈췄다. 특히 불펜에는 큰 돈을 쓰지 않고 있다. 보상 선수를 내줄 생각까지 하면 30대 후반의 불펜 요원 손승락과 고효준의 매력은 크지 않다. 다른 팀에서 달려들지 않으니 노경은을 놓쳐 비난을 받았던 롯데도 급하지 않다. 성민규 롯데 신임 단장은 롯데의 폐습이었던 온정주의를 가장 경계하는 것 같다.

FA 시장이 냉랭한 건 틀림없지만 구자욱·이학주까지 전지훈련 비행기를 타지 못한 건 예상밖이다. FA가 아닌 두 선수는 삼성과 계약할 수밖에 없다. 팀에서도 꼭 필요한 전력이다. 그런데도 아직 계약하지 못했다는 건 구단과 선수의 입장차가 상당하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삼성 구자욱은 데뷔 5년 만에 가장 낮은 타율(0.267)을 기록했다. [뉴스1]

지난해 삼성 구자욱은 데뷔 5년 만에 가장 낮은 타율(0.267)을 기록했다. [뉴스1]

구자욱의 지난해 연봉은 3억 원이었고, 이학주는 신인 연봉 2700만원을 받았다. 구자욱은 삭감, 이학주는 상승폭이 문제다. 거액을 두고 싸운다기보다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자존심 대결로 확전한 모양새다. 캠프 명단에서 제외하면서까지 삼성 구단은 두 선수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양의지(NC와 4년 125억원 계약)의 경우를 제외하면 FA 시장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FA가 아닌 선수들에게까지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야구장 안팎에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탓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지난해 삼성에 입단한 이학주. 지난해 마지막 타석(9월 28일 대구 SK전)에서 끝내기 2점 홈런을 때렸다. [연합뉴스]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지난해 삼성에 입단한 이학주. 지난해 마지막 타석(9월 28일 대구 SK전)에서 끝내기 2점 홈런을 때렸다. [연합뉴스]

여론을 등에 업은 구단들은 칼자루를 쥐고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KBO리그가 인기와 시장성을 되찾지 못하면 선수들이 반격할 카드는 거의 없어 보인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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