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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위기 벗어난 한유총, 서울교육청 ‘즉각 항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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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입구에 걸린 현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입구에 걸린 현판의 모습. [연합뉴스]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해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31일 서울행정법원은 한유총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법인설립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양측의 법적 다툼은 지난해 3월 한유총이 ‘유치원 3법’ 등에 반대하며 벌인 개학 연기 투쟁이 계기였다. 정부에서 개학 연기를 철회하라고 압박했지만 실제 상당수 유치원이 개학일에 문을 닫았다.

한유총의 주무 관청인 서울시교육청은 “사단법인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며 지난해 4월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한유총이 대규모 집회를 위해 모금 활동을 한 것도 ‘목적 외 사업’으로 불법이라고 봤다.

하지만 한유총은 “개학 연기는 원장의 권한으로 준법 투쟁”이라 맞섰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고 설립 취소 처분의 집행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법원은 본안 소송 판결까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지난해 4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에서 김철 한유총 사무국장(왼쪽)이 이정숙 서울시교육청 주무관에게 한유총 법인 설립허가 취소 통보서에 대한 이의제기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에서 김철 한유총 사무국장(왼쪽)이 이정숙 서울시교육청 주무관에게 한유총 법인 설립허가 취소 통보서에 대한 이의제기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 "공익 침해 인정되나 해체할 정도 아니다"

법원은 개학 연기가 적법한 절차라는 한유총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부모 피해가 발생한만큼 공익이 침해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한유총이 회원들에게 개학 연기를 강요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투쟁에 참가한 유치원이 6.2%에 불과한 점, 실제 연기된 기간이 하루에 불과한 점 등을 들어 법인이 소멸될 정도의 공익 침해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회비를 목적 외로 사용했다는 교육청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유아 교육 공공성과 투명성을 원하는 국민 목소리를 외면한 판결에 깊은 유감”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설립 허가 취소는 정당하다”며 “이로 인해 침해되는 한유총 회원의 사적 이익이 결코 공익에 우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항소를 통해 한유총 설립 취소의 정당성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한유총은 항소심에서도 승소를 예상하고 있다. 김철 한유총 정책홍보국장은 “만약 우리가 설립취소될 경우엔 다른 민간단체도 정부 정책에 반발하면 생사를 위협받는다는 얘기가 된다”며 “앞으로 어느 단체가 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3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한유총 법인 설립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스1]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3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한유총 법인 설립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스1]

한유총 법적 지위 유지…갈등은 이어질 듯

지난해 말 국회에서 ‘유치원 3법’이 통과되면서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된다. 이런 가운데 법적 지위를 유지하게 된 한유총은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해 다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 김 국장은 “유치원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컸던만큼 우리의 과오나 책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간 유아 교육 정책에서 한유총이 철저히 배제돼왔는데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이 교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하고 유치원들이 국가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 개정으로 사적 이익이 상당수 감소하게 될 처지에 놓인 사립유치원들은 교사 처우와 시설 개선 등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항소를 결정하면서 법적 다툼이 계속될 전망이라 교육 당국과 한유총의 갈등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고 타 유치원 단체들과만 협상한 바 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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