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남북연락사무소, 북한 요청으로 잠정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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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의 무반응으로 그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이 공식적으로 잠정 중단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오전 양측 연락대표 협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연락사무소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성 연락사무소에 근무 중이던 남측 인원 58명 전원(당국자 17명, 지원 인력 41명)이 이날 오후 6시쯤 남측으로 복귀했다.

“우한폐렴 국가비상체계로 전환” #북 노동신문, 1면에 이례적 보도

통일부 당국자는 “남과 북은 서울~평양 간 별도의 전화선과 팩스선을 개설해 기존의 남북 간 연락업무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지역에 체류하던 남측 당국자 전원이 내려오면서 향후 남북 간의 협의는 물론 북한 측 기류 파악을 위한 실무 차원의 접촉조차 불가능해졌다. 청와대가 올해 주요 과제로 내걸고 추진하려던 남북 협력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반대해 온 대북 개별관광은 최소한 상반기엔 성사가 불가능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이례적으로 1면에 우한 폐렴 보도를 싣고 이 병을 막기 위해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다”고 알렸다. 북한은 방역체계가 불완전한 데다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으로 인해 전염병에 극히 취약하다. 북한은 지난 28일부터 남측 방북 인원에 대해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고, 이날 연락사무소 운영 중단 협의도 우리 측에 먼저 요청했다고 한다.

우한 폐렴을 놓고 국가 비상사태로 간주하는 북한이 외부인을 대거 받는 개별관광에 반응할 가능성은 더욱 사라졌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남북 간 소통이 원활하지도 않은데 유일한 공식 연락채널(연락사무소)마저 무기한 문을 닫게 됐다”며 “우한 폐렴이 남북관계에도 악재가 됐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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