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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혼선 빚는 우한폐렴, 과거 정부 전염병땐 어땠나

중앙일보

입력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관계부처 담당관들이 29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부처 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치고 있다. [뉴스1]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과 관계부처 담당관들이 29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부처 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치고 있다. [뉴스1]

국경을 넘어오는 전염병은 정부의 골칫거리였다. 동시에 정부 위기대응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험대이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땐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신종플루(H1N1)가, 박근혜 정부에선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되고 있다. 컨트롤타워를 어디로 두느냐 등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식과 그 결과는 그때마다 달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사스를 명명한 건 2003년 3월 17일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정부 조직이 진용을 갖추기 전이었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건 전 총리가 직접 나서 사스 대응을 지휘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된 셈이다. 사스 정부종합상황실을 출범시켜 범정부 차원의 대응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등 참석자들이 2003년 7월 31일 국립보건원에서 열린 사스방역 평가보고회를 마치고 사스 검역 장비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등 참석자들이 2003년 7월 31일 국립보건원에서 열린 사스방역 평가보고회를 마치고 사스 검역 장비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내에 위기관리센터를 만든 것도 노무현 정부 때다. 114일간 비상방역 결과 국내에서 사스로 인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사스 사망자는 당시 755명에 달했다. WHO는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사스에 대처한 나라”로 꼽았다.

노무현 정부는 사스 대응 경험을 토대로 이듬해 국립보건원을 질병관리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분리돼 있던 검역과 방역 기능을 통합해 전염병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이후 전염병 유행 시 질병관리본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는 또 NSC 내 위기관리센터가 대응해야 하는 33개 국가 위기 유형에 전염병도 포함해 표준매뉴얼과 실무매뉴얼을 만들었다.

신종플루가 확산되던 2009년 10월 28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서울 국립의료원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중앙포토]

신종플루가 확산되던 2009년 10월 28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서울 국립의료원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중앙포토]

이명박 정부도 신종플루 유행 때 비교적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2009년 4월 28일 신종플루 추정 환자가 처음 발생하자 이튿날인 29일 곧바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를 꾸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했다. 환자 발생 후 첫 한 달 동안 41명이 감염되는 수준에 그쳤다. 초기 대응엔 성공했다. 하지만 신종플루가 계속 퍼지면서 감염자 76만여명, 사망자 41명을 기록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응은 실패한 방역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컨트롤타워가 안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메르스 대응 컨트롤타워인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첫 확진자가 나온 지 9일이 지나서야 구성됐다. 이후 대책본부장이 질병관리본부장에서, 복지부 차관, 복지부 장관으로 계속 바뀌고, 여러 조직을 잇따라 출범하면서 “어디가 컨트롤타워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국내에서 6개월 동안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6월 17일 오후 세종시 보건복지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를 방문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메르스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6월 17일 오후 세종시 보건복지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를 방문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메르스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나가자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메르스 유행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가 직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런 과거 발언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 청와대가 총괄 사령탑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데 비판도 있다. 전문성이 없는 청와대가 전문적인 영역까지 총괄하는 게 맞냐는 점에서다. 미국은 전염병이 발병하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컨트롤타워가 된다. 센터장은 전권을 가지고 방역작전을 진두지휘한다. 지역 통제 명령도 센터장이 내린다. 백악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지 않는다. 프랑스의 국립보건통제센터(INvS), 일본의 국립감염증연구소도 마찬가지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청와대가 전문적인 부분은 질병관리본부에 위임하면서 이번 사태를 대처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전문성을 가지고 결정할 부분까지 청와대가 끼어들면 방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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