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인가. 중국에 간 적 없는 환자가 일본과 독일에서 나왔다. 일본·독일에 온 중국인과 접촉한 뒤 병에 걸렸다. 이른바 ‘2차 감염’이다. 국내에서도 언제 2차 감염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우한 폐렴은 어떻게 전개될까. 국민과 정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 #최근 2주 새 우한서 온 3000명 #호텔 협조받아 모두 추적 시급 #희망적 시나리오가 올여름 종식 #정부, 빨리 지역거점 병원 정해야
- 외국에서 2차 감염자가 나왔다.
- “일본은 우한에서 온 관광객을 태웠던 관광버스 기사가 병에 걸렸다.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 번졌을 때는 환자를 태웠던 버스·택시 기사가 옮지 않았다. 우한 폐렴이 메르스보다 훨씬 쉽게 감염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 “우한 폐렴은 이제 곧 누구로부터 옮았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생활 속에서 옮는, ‘지역사회 내 감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메르스 때는 없었던 일이다. 메르스보다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 “최근 2주 새 우한에서 3000여 명이 들어왔다고 한다. 확률상 이들 중에 환자가 없을 수 없다. 증상이 있는데 신고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증상이 없다가 나타난 사람도 있을 거다. 증상이 있는 이들이 반드시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추적해야 한다.”
- 중국인에 대해 어떻게 신고를 유도할 수 있나.
- “정부가 전국 호텔에서 중국 여행객 명단을 받아 입국 비행기 편을 확인해야 한다. 우한에서 왔다면 호텔을 통해 ‘치료비를 전액 한국이 부담한다’는 점을 전달해야 한다.”
- 독일에서는 증상이 없던 중국인에게 옮았다. 증상은 중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 “무증상 감염인지 확실하지 않다. 실제는 독일에서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중국인 환자가 ‘나는 잘못이 없다’고 둘러대는 것일 수 있다. 더 지켜봐야 한다.”
- 중국에서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 “중국의 실상을 방송 화면으로만 본다. 진료 현장이 아비규환이라는 느낌이다. 격리 조치를 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할 기본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서비스가 환자에게 제공되지 않는 듯하다. 그러면서 증상이 심화해 사망에 이르는 것 아닌가 한다.”
- 지역사회 감염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초기 대처를 잘못한 것 아닌가.
- “더 강력히 대처했다면, 증상이 있건 없건 우한에서 온 사람 모두를 시설에 격리하는 것 정도다. 그건 현실성이 없다.”
- 대통령은 처음에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했다가 이젠 ‘과하다고 할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 “처음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럴 땐 대통령이 나서지 말고 미국처럼 전문가인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고서 대통령은 ‘나는 이 사람을 믿는다’고 하는 게 국민 불안을 가라앉히는 길이다. 그런데 우리는 통치권자가 직접 얘기한다. 그러다 틀리면 변명하고, 밑에 사람 문책하고….”
- 정부가 추가로 취할 조치는.
- “신종플루·메르스 때처럼 빨리 지역 거점 병원을 지정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증상이 있으면 이리로 가라는 병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신속 진단 키트도 각 병원에 빨리 보급해야 한다.”
- 예방하려면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
- “익히 알려진 대로 위생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마스크를 하고, 기침은 휴지나 손수건에 하고, 수시로 손을 깨끗이 씻는 거다.”
- 개학철을 맞아 휴교 요구가 나온다.
- “그러면 더 안전할까. 학교는 안 보내도 학원은 보낼 거다. 우한 폐렴이 상당히 오래갈 텐데, 언제까지 휴교할 것인지도 문제다.”
- 이번 사태가 얼마나 갈 것으로 보나.
- “메르스는 잠복기의 두 배인 28일 동안 새 환자가 안 나왔을 때 종식 선언을 했다. 그런데 중국에선 앞으로도 한참 우한 폐렴 환자가 나올 거다.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가 올여름에 종식을 기대하는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전병율 교수
2009년 신종플루가 번졌을 때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이었고, 이후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보건산업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권혁주 논설위원, 기록=윤서아 인턴기자 kweon.hyuk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