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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위법 당신이 막았어야" 후배 검사, 김오수에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 취임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왼쪽)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 취임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왼쪽)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위법에는 눈감지 말고, 직을 걸고 막으셨어야 했다"

정희도 부장검사, "김 차관 법률가 양심 저버려"

정희도(54·연수원 31기) 대검 감찰 2과장이 사법연수원 11기수 선배인 김오수(57·연수원 20기) 법무부 차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부장검사급 검사인 정 과장은 29일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법무부 차관님께'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법률가의 양심을 보여달라"

정 과장은 글에서 28일 추미애(62·연수원 14기) 법무부 장관의 '검찰 내외부 협의체 적극 활용' 지시, 23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검토 지시, 같은 날 이뤄진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모두 검찰청법 등을 위반한 위법 행위라 지적했다. 이어 정 과장은 "장관님은 정치인이시지만, 차관님은 정치와는 거리가 먼 순수한 법률가"라며 "이런 위법에 눈감지 말고, 직을 걸고 막으셨어야 했다"고 밝혔다. "더는 법률가의 양심을 저버려선 안된다. 법률가의 양심을 보여달라"는 항명성 발언도 덧붙였다.

23일 인사에서 청주지검 형사 1부장으로 발령이 난 정 과장은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그의 동료 검사는 "사표를 낼 일은 아니지 않느냐. 충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지난 13일엔 '법무부 장관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정 과장은 당시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한 검사장급 검사들이 좌천성 지방 발령이 난 것에 대해 "특정 사건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며 추 장관을 비판한 바 있다. 법무부는 아직 정 과장의 글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화 중인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검찰국장, 왼쪽)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화 중인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검찰국장, 왼쪽) [연합뉴스]

"추미애보다 김오수에 더 배신감"

한 현직 부장검사는 "많은 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추 장관보다 같은 검사인 김오수 차관에게 더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입법 과정, 조 전 장관과 청와대를 수사한 검찰 간부들의 좌천 인사 과정에서 김 차관이 정권의 편에만 섰다는 주장이다.

검사들은 또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 뒤 김 차관이 민갑룡 경찰청장과 만나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사진을 돌려보며 "정말 우리 차관이 맞느냐"는 답답함도 표하고 있다. 한 현직 검사장은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이 정권의 압박에 물러날 경우 김 차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 자리를 두고 다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차관님께

어제 우연히 검사내전 12회 끝부분을 보았습니다. 새로온 지청장이 틀어막던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한 이선웅 검사(이선균)의 독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윗사람이 바뀌면 많은 변화가 생긴다. 어떤 사람은 그 변화에 순응하고, 어떤 사람은 저항하며 끝까지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어떤 사람은 잘 대처하여 자신을 지킨다'
어제 법무부가 대검 및 전국 66개 청에 '내외부 협의체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언론보도를 보았습니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사를 지휘, 감독할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어제 법무부의 지시는 '선거개입 사건' 등 특정 사건에 개입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고, 그러한 지시는 검찰청법을 위배한 것입니다. 만약 그 지시를 근거로 '선거개입 사건' 등 특정 사건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한다면 이는 검찰청법을 위반한 명확한 위법행위가 될 것입니다.

1월23일 이루어진 청와대 모 비서관 기소 관련한 법무부의 감찰 검토 역시 검찰청법을 위배한 것입니다. 이번 기소는 검찰청법 12조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에 근거, 검찰총장의 지휘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기소에 대하여 감찰을 한다면 이는 적법한 기소에 대한 감찰로서 명백한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법무부장관이 사실상 구체적사건에 대하여 검사를 지휘감독하는 위법행위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차관님은 여러 차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하셨습니다.

장관님은 정치인이시지만, 차관님은 정치와는 거리가 먼 순수한 '법률가'이십니다. 이런 위법에 눈감지 말고, 직을 걸고 막으셨어야 합니다. 더 이상 '법률가의 양심'을 저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1월23일자 검사 인사 관련 법무부장관의 제청권 역시 제청권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행위로 판단됩니다.

'우수형사부장 중용, 경향교류, 일부청 수도권 3회 제한 해제' 등 많은 긍정적인 내용이 있음에도, 절차상으로는 검찰청법 34조1항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규정을 위배하여 검찰총장의 최소한의 유임 요청마저 묵살하고 특정사건 수사 담당자, 대검 중간간부를 대부분 교체하는 위법이 있었고, 내용상으로도 '직제개편'과 전혀 무관한 특정사건 수사담당자 등을 교체하였으며, 일부 인사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인사기준으로 삼았다는 의혹마저 있습니다.

'검사 됐으면 출세 다 한거다, 추하게 살지 마라' 초임시절 어느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위법'에는 순응하지 않겠습니다. '가짜 검찰개혁', '정치검찰'은 거부하겠습니다.

차관님 '법률가의 양심'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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