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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 정보 수집시킨 경찰, 이를 거부한 부하...상관 전보조치로 마무리하는 수뇌부

중앙일보

입력

경찰 이미지. [연합뉴스TV]

경찰 이미지. [연합뉴스TV]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경찰서 A정보계장은 부하 정보관에게 지역구 야당 의원의 가족관계 등을 파악해보라는 업무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부하 직원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정치인과 관련한 정보의 수집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정보 경찰 활동규칙’이 바뀐 뒤 벌어진 상황이다. 새로운 규칙은 수집 가능한 정보의 영역을 ▶범죄정보 ▶국민안전과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위험요인에 관한 정보 ▶국가 중요시설 또는 주요 인사의 안전 및 보호에 관한 정보로 한정하고 있다.

과거 정부 때 정보 경찰은 특정 계파의 당선을 지원하려 선거정보를 수집하거나 정부와 다른 성향을 지닌 시민사회단체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정치적 활동을 벌여 비판받은 바 있다. 정보 경찰 활동규칙의 변화는 이런 문제점에서 이뤄졌다. A계장의 지시는 끝내 일선에서 작동되지 않았다.

뒤늦게 이 상황을 알게 된 경찰청은 조사에 나섰다. A계장은 조사 때 “신임 서장에게 (단순히) 참고용으로 전달하려던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청은 A계장의 업무지시가 실제 이뤄지지 않은 점을 참작해 징계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A계장을 정보업무에서 배제하는 전보인사를 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또 최근 정보과장·계장을 상대로 화상교육도 벌였다. 부당한 업무지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놓고 일선 정보관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다. 한 정보관(경사)은 “수사권 조정 이후 정보 경찰 축소가 화두인데 살아남으려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정보관(경위)은 “(정보관들이) 넋 놓고 있으니 미국 대사관저 월담 같은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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