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들의 성지가 될까.
세계 5개 도시 연결 ‘커넥트 BTS’ #강이연 작품 등 서울 전시 개막
BTS와 전 세계 아미들을 연결하는 글로벌 예술 프로젝트 ‘커넥트, BTS(CONNECT, BTS)’의 서울 전시가 28일 개막했다. ‘커넥트, BTS’는 서울과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등 5개국 다섯 도시와 22명의 현대 예술가를 연결하는 글로벌 미술 프로젝트. DDP 전시는 네 번째 행사다.
영국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53)의 설치전인 ‘그린, 옐로, 핑크’, 한국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37) 작가의 프로젝션 맵핑 ‘비욘드 더 씬(Beyond The Scene)’ 등이 선보인다. ‘비욘드 더 씬’은 작가가 아미(Army·BTS 공식 팬클럽)들이 가장 좋아하는 BTS의 군무 움직임을 재해석해 만든 9분 30초짜리 영상이다.
BTS는 본래 말 그대로 ‘BangTansonyendan’의 약자다. 하지만 BTS는 2017년 그룹의 정체성에 확장성을 부여하면서 BTS의 의미를 ‘Beyond The Scene’으로 재정립한 바 있다. 현실을 뛰어넘어 꿈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며 성장하는 청춘인 방탄소년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강 작가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BTS의 안무를 눈이 아플 정도로 유튜브에서 봤다”며 “BTS가 어떻게 언어 장벽을 넘어서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는지 제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세계적으로 단단히 결속된 아미에서 그 열쇠를 찾았다. 그는 “다양한 인종·나이·직업의 15명을 인터뷰했고 그중 7명은 크레딧에 나온다”며 “영국에서 40년 넘게 자식과 남편만 보고 살아오다, BTS의 ‘페이크 러브’ 뮤직비디오를 본 게 자아를 찾는 계기가 됐다는 60대 한국계 여성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작품 ‘비욘드 더 씬’에 BTS가 직접 등장하진 않는다. 흰 천 뒤에서 7명의 퍼포머가 역동적인 움직임만 보여준다. 작가는 “다양성을 포용하고 언어를 초월해 세계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BTS의 정체성을 7명의 퍼모펀스로 압축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순수예술은 배타적이고,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진단한 강 작가는 “미술계가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에 목이 말랐다. BTS와 아미들이 서로의 삶에 영향 주는 것을 보며 나도 예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들 사는 게 힘든 데 미술이 난해한 영역에만 머무르지 말고 힐링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미가 BTS에서 얻는 게 바로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욘드 더 씬’과 얀센스의 ‘그린, 엘로, 핑크’ ‘로즈’ 작품 관람은 1시간 단위로 공개되며 전회 예약제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커넥트, BTS’의 마지막 전시는 다음 달 5일부터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피어에서 열린다. 앤서니 곰리가 18㎞의 알루미늄을 제멋대로 구부린 작품 ‘뉴욕 클리어링’을 공개한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