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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염병을 키웠나?" 비난 받는 中 공산당 관료주의

중앙일보

입력

시스템이 키운 질병이다. 공산당 관료주의가 낳은 병폐다.

'우한(武漢)코로나' 사태가 확산 일로다. 감염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섰다. 사태의 끝이 어딘지 모른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사태를 중국 공산당의 관료주의가 낳은 병폐로 본다. 오로지 위만 쳐다보는 중국 '수직 사회'의 한계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한의 병원. 끊임없이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AFP]

우한의 병원. 끊임없이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AFP]

우한 코로나 사태는 1월 20일 전과 그 후로 나눠 봐야 진실이 보인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일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한의 전 공무원이 전염병 방지 작업에 투입됐다. 병원도 전담팀을 짜 움직였다. 언론은 그제야 우한의 상황을 시시각각 보도하기 시작했다.

왜 20일인가?

그날 시진핑 주석이 "우한의 질병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라고 한마디 했기 때문이다.

지시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게 관료주의 사회의 특징이다. 중국 당국은 19일까지만 해도 "사람 간 전염은 없다. 확실하게 통제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 1명과 간호사 13명이 집단 감염됐음에도 이를 숨겼다. '인터넷에서 우한 질병을 들어 민의를 선동하는 자들은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병이 처음 감지된 것은 작년 12월 중순이다. 중앙에서 연구팀이 우한에 파견됐고, 시내 한 먹거리 시장에서 비롯됐음을 밝혀냈다. 그 시장이 폐쇄된 건 1월 1일이다. 8일에는 공식적으로 '신종 코로나' 역병이 확인됐다.

쉬쉬했다. 축소하고, 덮기에 급급했다. 언론에 보도하고, 시민들에게 알리고, 대책을 세워야 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위에서 뚜렷한 지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관리들은 옆을 보지 않고 항상 위만 본다. 수직 사회의 한계다.

중국 역병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중국공정원 원사가 20일 '사람 간 전염이 확정적'이라고 한마디 하자 분위기가 바뀌었고, 그때 맞춰 시진핑 주석의 지시가 떨어졌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확진 환자가 이미 200명을 넘어설 때였다. 수만 명의 우한 거주민들이 설을 쇠기 위해 우한을 빠져나간 뒤였다.

2003년 사스 때도 그랬다.  

2002년 말 광둥에서 시작된 사스는 해를 바꿔 수도 베이징까지 밀고 올라왔다. 그래도 베이징 당국은 쉬쉬했다. 감염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스는 분명 옆에 있었다. 필자가 당시 베이징 특파원으로 있었기에 상황을 잘 안다. 2003년 3월 들어 죽어 나가는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당국은 '금방 진정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이때 투입된 사람이 당시 하이난(海南)에 있던 왕치산(王岐山)이다. 베이징 대리 시장으로 임명된 그는 "일(一)은 일이요, 이(二)는 이다. 이론이 있을 수 없다"며 투명하게 보고하라고 했다. 질병의 내용은 투명하게 공개됐다. 행정 조직도 비로소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 800명이 목숨을 잃은 뒤에야 사스는 진정됐다.

코로나와의 전쟁에 나선 의사들 [출처: SCMP]

코로나와의 전쟁에 나선 의사들 [출처: SCMP]

공산당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뻔하다. 모든 국가 자원을 동원해 '코로나 잡기'에 나설 것이다. 곧 정치국 상무위원 급 대책반이 설립될 예정이다.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무지막지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거대한 임시 병원을 1주일 안으로 짓겠다는 건 이를 보여준다. 필요하다면 후베이성 전체를 봉쇄할 수도 있다. 군 의료진을 파견하고, 물자 공급 작전이 진행될 것이다. 전역에서 전염병 퇴치를 위한 모금 활동이 전개되고, 민영 기업들은 앞다퉈 위로금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그게 중국 공산당이 국가 재난을 다루는 방식이다.

언론도 동원된다. 공산당, 항균항병(抗菌抗病) 작전의 선봉이 되다! 각 매체는 '코로나'와 싸우는 전사들을 찬양하는 미담이 속출할 것이다. 당은 그렇게 미디어를 활용해 그들의 과오를 포장한다.

2003년 사스 희생자 약 800명이다. 이번 우한 코로나는 또 몇 명의 목숨을 앗아가야 끝날까…. 중국 공산당의 관료주의에 세계는 다시 긴장 모드다.

차이나랩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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