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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논문시비 휘말린 교육부총리 영이 서겠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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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국민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정부의 1차 두뇌한국(BK)21 사업 연구비를 받아 만든 논문들 가운데 하나를 제목만 살짝 바꿔 연구 실적으로 중복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일부 교수가 BK21 연구 실적을 부풀린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 사실이 확인됐다. 김 부총리는 이 밖에 교수 시절 논문 지도하던 제자의 조사 자료로 먼저 논문을 만들어 발표한 사실이 밝혀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부총리는 표절을 부인하고 한국행정학회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표절 여부를 떠나 그의 학자적 도덕성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교육을 책임지고, 대학 개혁 등 난제가 산적한 교육계를 이끌어야 하는 교육부총리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김 부총리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봐 달라. 정책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도덕성에 심각한 흠집이 간 교육부총리의 영(令)이 제대로 서겠는가. 몇 년 전 송자 전 교육부 장관과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가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다 취임 한 달이 안 돼 사퇴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자신의 결점은 대수롭지 않고 남의 잘못에는 추상같아서야 설득력을 가지겠는가. 그런 약점 때문에 이해집단에 질질 끌려다닐 가능성만 크다.

교육인적자원부도 갈수록 옹색해지고 있다. 올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파문 이후 연구 윤리를 강조하고, 2차 BK21 사업의 연구실적 평가를 강화한 곳이 교육부다. 그런데 정작 교육 수장의 문제가 터지자 "별것 아니다"며 감싸기에 급급하다. 교육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할 것은 뻔하다.

이번 파문이 오래갈수록 교육정책은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김 부총리는 논문 중복 보고에 대해 "실무자의 실수"라며 '관리 소홀'이란 식으로 사과했지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두 건 모두 하루빨리 정확하게 조사돼 사실이 규명돼야 한다. 그래서 김 부총리가 도덕성을 회복하든지, 아니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계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