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또 너야? 2년째 삼성 갤럭시 언팩날 신제품 뒷통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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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는 신제품 '미10'을 삼성의 언팩행사 당일 공개한다. [사진 샤오미웨이보]

샤오미는 신제품 '미10'을 삼성의 언팩행사 당일 공개한다. [사진 샤오미웨이보]

삼성전자가 다음 달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0’ 행사를 개최하고 차기작인 갤럭시 S20과 갤럭시 Z를 공개한다. 그런데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도 이날을 신제품 공개일로 잡았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 2년 연속 삼성 언팩일에 맞춘 ‘따라 언팩’이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미10’을 다음 달 11일에 공개한 후 14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플래그십 제품인 만큼 퀄컴의 차세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65가 탑재되고 5G 통신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갤럭시 S20도 스냅드래곤 865가 탑재된다. 삼성과 언팩 날짜는 같지만 미국과 중국의 시차를 감안하면 샤오미가 먼저 신제품을 공개하게 된다. 지난해 갤럭시 S10 언팩 행사일에도 샤오미는 미9을 공개하며 삼성과 날짜를 맞췄다.

샤오미는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로만 따지면 1위인 삼성에 한참 못미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삼성전자(7820만대), 화웨이(6670만대), 애플(4560만대) 순이었고 샤오미 (3230만대)가 4위에 올랐다.

하지만 인도시장만 떼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도에서만큼은 샤오미는 삼성은 물론 화웨이와 애플을 압도한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는 2016년만 해도 인도에서 3%의 시장점유율을 보여 삼성전자의 25%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히 점유율을 끌어올려 현재는 인도에서 가장 많은 휴대전화를 파는 업체(점유율 26%ㆍ2019년 3분기 기준)가 됐다. ‘가난한 자의 아이폰’이라는 별명답게 2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도 준수한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이 인도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었다.

저가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삼성은 샤오미와 경쟁 구도로 엮이는 게 탐탁지 않지만 인도 시장에서만큼은 샤오미의 아성을 넘어야 하는 입장이다. 인구 14억의 세계 2위 시장이면서 아직 스마트폰 보급률이 20%대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인도에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생산에 약 5억 달러(약 5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이달 초 인도 정부에 투자계획서를 제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7월 인도 노이다에 7억 달러(약 8000억원)를 투자해 스마트폰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샤오미가 언팩 행사를 삼성과 굳이 2년 연속 맞춘 것도 인도 시장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면서 “삼성과 샤오미가 동급으로 경쟁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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