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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위스키와 시가의 콜라보…그 매력에 빠지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52)

담배를 매우 싫어한다. 길을 걷다 앞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으면 숨을 멈춘 채 뛰어가 앞질러 버린다. 군인 시절, 1.5t 트럭 안에서 창을 닫고 담배를 피우던 하사관 때문에 담배에 대한 인식은 더 나빠졌다. 매캐한 담배 연기를 맡고 있으면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다. 이렇게 담배를 싫어하면서도 시가는 가끔 태운다. 위스키, 럼, 브랜디 같은 증류주를 마시며 시가를 태우면, 시가 향이 술과 어우러져 상승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도곡동의 ‘티 앤 프루프’라는 바에서 위스키와 시가를 함께 즐기는 법을 배웠다. 날씨 좋은 가을날, 놉크릭이라는 라이 위스키에 다비도프 시가를 곁들였다. 위스키는 티 앤 프루프의 박성민 바텐더로부터, 시가는 다비도프의 조용범 매니저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흥미로운 시가 이야기가 많았는데, 발효와 숙성을 한다는 게 위스키와 닮아있었다.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신 뒤 시가를 태우자, 위스키 향이 시가 향과 만나 연기로 사라지는 게 참 매력적이었다. 그때 만난 다비도프의 조용범 매니저로부터 위스키와 곁들이면 좋은 것, 시가에 대해 들어봤다.

시가에 라이팅을 하고 있는 다비도프 조용범 매니저. [사진 조용범]

시가에 라이팅을 하고 있는 다비도프 조용범 매니저. [사진 조용범]

시가란 무엇인가? 
시가를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파는 담배와 같은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가는 담배와 전혀 다릅니다. 우선, 담배처럼 필터에 담지 않습니다. 그리고 분쇄하지도 않고, 담뱃잎 그 자체를 말아서 만듭니다. 또 시가에 쓰는 특정 담뱃잎은 장기간 발효와 숙성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일체의 화학성분을 추가하지 않고, 자연적인 풍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시가입니다.
시가를 즐긴 이들 중 누구나 알만한 인물이 있다면?
시가는 물론, 위스키도 즐긴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윈스턴 처칠입니다. 카이로 선언, 얄타 회담 등 굵직한 자리에서, 그의 손에는 늘 시가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또 위스키, 브랜디, 샴페인 등 매우 많은 양의 술을 즐겨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 처칠 협회에 따르면, 처칠은 아침 8시에 일어나 10시까지 약 두 시간 가량 침대에 앉아, 시가와 스카치 위스키를 즐기며 신문을 읽었다고 합니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에서 윈스턴 처칠을 연기한 개리 올드만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왼쪽)과 시가를 태우고 있는 처칠 총리(오른쪽). [중앙포토]

루즈벨트 대통령(왼쪽)과 시가를 태우고 있는 처칠 총리(오른쪽). [중앙포토]

왜 시가를 즐기는가?
시가를 즐기는 이유는 술과 그 맥락이 비슷합니다. 다른 이와 어울리거나 스스로가 가진 감각을 일깨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시가는 현재의 공간이 주는 감각을 충실히 느끼게 해주고, 함께 하는 이와의 경계를 누그러뜨려 여유로움을 만들어줍니다. 또 위스키처럼 블렌딩에 따라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어 미식의 관점에서도 좋습니다.
시가는 술과 어울리는가? 어울린다면 어떤 술과 어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술은 우리의 코와 혀를 깊은 향으로 덮어주기도 하고, 입속을 그윽하게 맴돌고 나와 시가의 향을 씻어주기도 합니다. 시가와 술의 상성이 잘 맞으면 그 풍미가 증폭되기도 하기 때문에 썩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시가는 어떤 위스키와 어울리는가?
무엇보다 상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취향은 천차만별이라 섣불리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달콤하면서 다양한 향미를 가진 위스키가 시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시가와 위스키. [사진 Davidoff cigars]

시가와 위스키. [사진 Davidoff cigars]

시가를 태우기 적절한 시간이나 장소가 있는지. 
우선 장소는 시가를 즐기는 이가 편한 공간입니다. 혼자서 시가와 함께 사색을 즐기는 것도 좋고,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와 안락한 공간에서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어도 좋습니다. 추천하자면, 근사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바나 자연을 느끼는 야외입니다. 개인적으로 바닷가는 피하는 편인데, 바다에서 느껴지는 짠 냄새가 시가를 즐기는 데 방해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개인마다 형편이 다르겠지만, 각자의 시간에 따라 시가의 ‘길이’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늦은 오후, 일과를 마치고 난 시간이라면 ‘로부스토’나 ‘토로’처럼 45분 이상 즐길 수 있는 시가가 좋습니다. 오전에는 15분 내외로 즐길 수 있는 작은 시가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느긋한 휴일, 안락한 자신만의 장소에서 낮술과 함께 여유롭게 시가를 즐기면 참 좋습니다.
시가를 즐기는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위스키는?
시가를 즐기면서 위스키가 가진 맛과 향의 여러 가지 ‘층’을 생각하는 것은 시가 애호가에게도 분명 즐거운 일일 겁니다. 시작이 강렬하고 화사하며, 여운이 오래 남아 향신료와 견과류의 향을 머금을 수 있는 위스키를 추천합니다. 발베니 더블우드 17년, 글렌피딕 21년, 글렌리벳 18년, 맥캘란 18년, 아란 쉐리캐스크 등이 떠오르네요.
시가와 위스키 페어링. 다비도프와 글렌피딕의 만남. [사진 조용범]

시가와 위스키 페어링. 다비도프와 글렌피딕의 만남. [사진 조용범]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시가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시가의 캐릭터가 분명하고, 3분의 1지점을 넘으면서 풍미가 변하면서도, 위스키 향을 보다 복합적으로 만드는 시가가 좋습니다. 다비도프 2000, 다비도프 윈스턴 처칠 더 레잇 아워 로부스토, 몬테크리스토 No.2, 코히바 로부스토 등이 떠오르네요.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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