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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한잔의 소확행, 스터디 모임으로 더 깊어지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50)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강남의 한 오피스텔. 인터넷에서 위스키 관련 글을 뒤적이다가 ‘위스키 스터디’를 하고 있다는 글을 보고 냉큼 신청했다. 모임에는 당일 마실 위스키에 대한 설명과 증류소 자료가 담긴 종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증류소 설명을 들으며 집중해서 위스키를 테이스팅했다. 또 위스키 관련 그리기 시간을 통해 위스키를 좀 더 다양하게 즐기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3년. 그녀가 그동안 해온 ‘위스키 스터디’ 경험을 빌어 에세이를 냈다. 책 제목은 『하루의 끝, 위스키』. 겨울에서 시작해 봄과 여름을 거쳐 가을로 끝나는 그녀의 위스키 여정은 상당히 다채롭다. 위스키를 취미로 가지면서 겪는 많은 일이 그녀의 책에 담겨있다. 위스키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입문서 역할을 한다.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10년 차 마케팅기획을 하는 그가, 어떻게 위스키와 함께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물어봤다.

정보연 작가의 책,「하루의 끝, 위스키」표지. 2019년 10월 출간.

정보연 작가의 책,「하루의 끝, 위스키」표지. 2019년 10월 출간.

Q. 어떻게 위스키 책을 쓰게 되었나?
위스키에 흥미를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기존의 출간된 책들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차, 맥주, 와인 등 다른 음료에 관한 서적은 백과사전식의 전문서적 외에도 입문자가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에세이 형태의 책들이 많다. 위스키 분야에도 이런 스타일의 책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Q. 위스키 에세이는 약간 생소한데『하루의 끝, 위스키」는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평범한 회사원이 일과를 마치고 위스키를 즐기는 이야기이다. 사계절을 기본 골격으로, 계절에 따라 즐기기 좋은 위스키를 소개하고 있다. 직접 운영한 65회의 ‘위스키 스터디’ 중 40가지 에피소드를 추려 담았다.

정보연 작가가 진행하고 있는 '위스키 스터디'의 모습. [사진 정보연]

정보연 작가가 진행하고 있는 '위스키 스터디'의 모습. [사진 정보연]

Q. '위스키 스터디'는 어떤 모임인가? 어떤 계기로 운영하게 되었는지?
‘소확행’ 차원에서 퇴근 후 바에서 한잔의 위스키를 즐기는 것이 낙이었다. 그렇게 1~2년을 바에서 위스키를 마셨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돈도 적게 들고 조용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위스키를 공부할 수 있는 모임을 운영해보기로 한 거다. 위스키 테이스팅, 증류소 공부, 주제에 어울리는 드로잉과 음악 감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위스키 스터디'는?
책에는 담지 못했지만, 올해 진행했던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 ‘하루키, 재즈, 그리고 위스키’라는 주제로, 위스키와 재즈 애호가로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해 이야기 나눈 시간이었다. 하루키 책에 등장하는 위스키 구절을 읽고, 그 위스키를 마시며, 그 장면에 등장하는 재즈를 들었다. 풍성한 시간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그리고 위스키. 책과 음악과 위스키가 한 공간에 어우러진다. [사진 정보연]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그리고 위스키. 책과 음악과 위스키가 한 공간에 어우러진다. [사진 정보연]

Q. 위스키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퇴근하고 들른 바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위스키 보틀에 눈길이 갔다. 호기심에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지역별로 다른 맛과 향기를 가진 위스키 이야기에 서서히 젖어 들었던 기억이 있다.

Q.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푸드 페어링은?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신선한 석화와 기름진 대방어가 위스키 안주로 많이 꼽힌다. 그러나 내게 1등은 떡볶이. 의외로 떡볶이와 위스키가 잘 어울린다. 쉐리 캐스크 숙성 위스키와 떡볶이의 ‘단짠 조합’을 추천한다.

Q. 전통적으로 위스키는 ‘남자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최근 여성들에게 위스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든 음식과 술이 그렇듯, 위스키에 대한 선호 역시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청담동, 한남동 등 주요 상권의 바에 방문하면, 약 60% 이상이 여성 고객이며 대부분 위스키를 즐긴다. ‘위스키 스터디’ 참가자의 성비도 여성이 70% 이상이다.

소비층뿐 아니라, 위스키 생산 층에서도 여성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고 있다. 글렌드로낙의 레이첼 베리, 맥캘란의 사라 버기스, 발베니의 켈시 맥케크니까지. 위스키 증류소의 주요 직에 여성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 책을 준비하면서 인터뷰 기회도 있었는데, 과학자로서의 커리어뿐 아니라 위스키 맛에 대한 섬세한 표현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일본 치치부 증류소 숙성고에서의 정보연 작가. [사진 정보연]

일본 치치부 증류소 숙성고에서의 정보연 작가. [사진 정보연]

Q. 위스키와 관련된 앞으로의 또 다른 계획은?
현재는 홈플러스의 위스키 관련 문화아카데미와 독립서점 등에서 진행하는 책 프로모션 행사에 집중하고 있다. 2019년에 싱글몰트 위스키, 탈리스커 10년을 오미자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하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보틀 라벨 디자인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기회가 닿는다면, 책에 실었던 일러스트로 전시회를 갖고 싶다. 2020년에는 버번 위스키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미국 켄터키 주에 방문하는 걸 계획하고 있다.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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