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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TK ‘빅데이’…유럽가는 활주로 품은 대구신공항 새 둥지 결정

중앙일보

입력

59살 대구공항의 새 둥지는 어디?

대구 동구 지저동에 위치한 대구공항 활주로에 전투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고 있다. [뉴스1]

대구 동구 지저동에 위치한 대구공항 활주로에 전투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고 있다. [뉴스1]

16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사무소에 마련된 대구 군 공항 이전 주민투표 사전투표소에서 주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사무소에 마련된 대구 군 공항 이전 주민투표 사전투표소에서 주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961년 개항한 대구공항이 59년 만에 유럽행 항공기를 띄울 만큼 덩치를 키워 경북으로 둥지를 옮긴다. 21일 주민투표로 경북의 새 공항 이전지를 최종 확정하면서다. 주민투표로 결정할 ‘대구통합신공항’ 후보 이전지는 두 곳이다. 단독 후보지인 ①경북 군위군 우보면과 공동 후보지인 ②경북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이다. 이 두 곳 중 한 곳이 새 대구공항의 둥지가 된다.

21일 이전 후보지 두 곳 중 한 곳 결정 #찬반 갈등, 대구신공항 이전지 투표로 #찬반단체 공항 이전 두고 대립각 여전 #"3.2㎞ 활주로 가진 새 공항 탄생해야"

대구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중앙포토]

대구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중앙포토]

대구시 동구 주택가에 위치한 대구공항은 K-2 공군기지와 활주로를 같이 쓰는 민간·군사 공항이다. 21일 공항 이전지를 확정하면, 이 두 개의 공항이 같이 옮겨간다. 대구시 측은 20일 “새 이전지에 인천공항, 김해공항에 버금가는 새로운 관문 공항을 지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투기 활주로를 같이 쓰고 있는 대구공항은 현재 활주로 길이가 2.7㎞ 정도다. 제주도를 비롯해 아시아권을 오가는 소형 항공기만 뜨고 내릴 수 있다. 싱가포르까지도 못 간다. 유럽 등으로 가는 민항기를 띄우려면 활주로 길이가 3.2㎞(인천국제공항 3.8㎞) 이상 필요하다. 대구통합신공항은 1단계 3.2㎞, 2단계 3.5㎞ 길이의 활주로를 지어 유럽행 항공기를 품에 안겠다는 목표다.

이전 이야기 나오고도 8년이나 걸려

대구통합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대구통합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21일 이전지 최종 결정까지는 8년이 걸렸다. 2012년 처음 대구공항 이전 이야기가 나욌다. 공항 이전은 주택가와 인접한 대구공항 활주로에 뜨고 내리는 전투기들 때문에 처음 불거졌다. 수시로 뜨고 내리는 전투기 소음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국방부를 상대로 한 주민 소송까지 벌어졌다. 국방부가 거액의 손해배상을 주민들에게 하기도 했었다. 결국 국방부는 그해 공항 이전을 결정했고, 2013년 ‘군공항이전비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대구시는 군사공항 이전과 별개로 정부의 ‘영남권신공항 유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간공항만 별도로 키워 대구공항으로 운영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부산 가덕도 등과 공항 유치전을 벌였다. 하지만 2016년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으로 영남권신공항 사업을 결정했다. 그러곤 대구는 대구공항을 군사 공항과 새 이전지를 찾아 공동 이전하라고 했다. 대구통합신공항 사업이 시작된 배경이다.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사업 추진 일지 .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사업 추진 일지 .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전 두고 갈등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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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이전이 확정되자 곧바로 갈등이 시작됐다. 영남권신공항을 가진 부산시가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겠다며 나섰고, 새 공항 이전지를 찾는 과정 중엔 경북 지자체들 간의 반목이 이어졌다. 군사 공항이 같이 지역에 들어온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서다. 정부에서 부산 가덕도에 새 공항 건설을 허락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었다.

결국, 2017년 국방부가 이전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벌여, 경북에 있는 5개 지자체에 이전 의견을 물었고, 접근성, 지자체 측 의견 등을 종합해 군위군 우보면과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두 곳으로 이전 후보지를 최종 압축했다.

갈등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대구통합신공항 이전은 사업비만 9조원 정도가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다. 어떤 방식으로 공항 이전지를 결정할지를 두고, 또 논란이 벌어졌다. 두 곳의 이전 후보지에서 주민들 간 찬반이 갈렸다. 대구에서도 왜 편리한 공항을 경북으로 옮겨가야 하냐는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역별로 찬반 단체 수십 개가 등장해 아직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복잡한 투·개표, 어떻게 진행되나?

대구 군 공항 이전 주민사전투표가 시작된 16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에 참여하려는 주민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대구 군 공항 이전 주민사전투표가 시작된 16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에 참여하려는 주민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21일 주민투표는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군위군과 의성군에 마련된 투표소 39곳에서 일제히 진행된다. 군위 18곳, 의성 21곳이다. 유권자들은 주민등록지 내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앞서 지난 16일과 17일엔 사전투표가 진행됐었다. 사전투표는 21일 본 투표 당일 다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을 위해 실시됐다.

투표는 찬성과 반대를 묻는 방식이다. 군위군민은 단독 후보지인 군위 우보면과 공동 후보지인 군위 소보면·의성 비안면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용지 2장에 기표한다. 의성군민은 공동 후보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용지 1장만 받는다.

주민투표는 각 지역의 투표 참여율과 찬성률을 절반씩 더해 최종 결과를 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우보면 합산 결과가 높으면 단독 후보지, 비안면이나 소보면이 높으면 공동 후보지가 이전지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군위군민이 투표 용지 두 장을 받아 군위 단독 후보지에 찬성을 기표하고 군위 공동 후보지에 아무런 기표를 하지 않으면, 단독 후보지엔 투표 참여율과 찬성률에 포함되지만, 공동 후보지엔 기권표가 된다. 반대 기표를 하면, 투표 참여율은 포함되지만 찬성률엔 포함되지 않는다. 즉 군위나 의성 모두 많은 주민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표를 많이 찍으면 그만큼 이전지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군위와 의성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 등이 많이 걸린 이유다.

이날 오후 8시 투표가 끝나면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의성청소년센터와 군위국민체육센터 등 2곳에서 개표에 들어간다. 개표는 이날 자정 무렵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개표 진행 단계에 따라 득표율을 공개하는 공직선거와 달리 주민투표는 개표가 100% 이뤄진 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 방식 문제 있다” 주장

대구 군공항 이전지를 결정하는 주민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경북 군위군 군위읍 주민자치센터에서 직원들이 사전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뉴스1]

대구 군공항 이전지를 결정하는 주민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경북 군위군 군위읍 주민자치센터에서 직원들이 사전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런 투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반대 단체인 대구군공항의성이전반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0일 “공항 이전에 찬성하면 찬성률 1점에 투표율 1점이 합쳐져 2점을 가져가지만 반대를 하면 찬성률 1점을 빼고 투표율 1점이 더해져 결과적으로 0점이 된다. 기권표와 같이 결과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원천봉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런 문제점 등을 거론하면서 투표 후 불복 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번 투표는 조직적인 투표방해가 있었고 편파 선거이므로 무효”라고 했다. 주민투표 후에도 한동안 내홍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주민투표를 앞두고 고소·고발 전이 난무하면서 지역민 사이 깊어진 갈등의 골을 회복하는 것도 앞으로의 숙제다.

앞서 16~17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선 의성 64.9%, 군위 52% 투표율을 보였다. 의성이 군위보다 12.9% 포인트 앞선 수치다. 의성은 유권자 4만8453명 가운데 3만1464명이, 군위는 2만2189명 중 1만1547명이 투표했다.

의성·군위=김윤호·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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