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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신공항 9개월째 진척 없자…이전 찬반 ‘민민 갈등’ 심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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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2일 열린 ‘통합신공항 대구·경북 시도민 보고대회’. [뉴시스]

지난달 2일 열린 ‘통합신공항 대구·경북 시도민 보고대회’. [뉴시스]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의 미래를 바꿀 절호의 기회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이전을 성사시켜야 한다.”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12일엔 권영진 시장, 이철우 지사 #정경두 국방 찾아 신속 추진 촉구 #이전 반대 단체도 활동 가속화 #광주는 예비 후보지 결정 미뤄지고 #수원은 후보지 화성시민 반발 거세

“미래 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시민들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는 대구공항 통합이전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 (시민의 힘으로 대구공항 지키기 운동본부)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구국제공항·K-2공군기지 통합 이전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대구시민들 사이의 민·민 갈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찬성하는 ‘찬성론’과 지금 위치에 공항을 둬야 한다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선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이전 후보지가 선정된 지 9개월이 되도록 최종 후보지를 정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3월 ‘경북 군위군 우보면 일대’와 ‘경북 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 일대’ 2곳을 이전 후보지로 결정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전 후보지의 지원방안을 국방부에 제출한 상태다. 지난 12일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정경두 국방장관을 찾아가 공항 이전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안으로 최종 후보지 선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국방부가 이전부지 선정위원회와 이전사업 지원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지원계획을 완성하고 해당 지역에서 주민투표와 공청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0월 25일 ‘시민의 힘으로 대구공항 지키기 운동본부(시대본) 발대식’ [시대본]

10월 25일 ‘시민의 힘으로 대구공항 지키기 운동본부(시대본) 발대식’ [시대본]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말 ‘시민의 힘으로 대구공항 지키기 운동본부’(이하 시대본)가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공항 이전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다. 임대윤 전 대구시장 후보와 김사열 전 대구시교육감 후보(경북대 교수)가 참여했다. 시대본은 “동대구역 등 교통망과 연계성이 뛰어나 승객이 늘고 있는 공항을 이전하는 것은 지정학적 장점을 포기하는 자책골”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구공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김해공항 국제노선이 지난 5년간 40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대구공항은 5년 전 6개 노선에서 현재 22개로 4배 가량 증가했다. 국제선 이용객 역시 2013년 14만177명에서 지난해 150만3769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134만3019명이 이용해 제주공항(119만3061)을 제쳤다.

이에 맞서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속한 공항 이전을 촉구하는 대구·광주·수원의 시민단체들은 14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군 공항 이전 공동대응 협약식’과 대정부 촉구대회를 연다.

군공항 이전 절차

군공항 이전 절차

앞서 지난달 2일엔 대구 동구 한국폴리텍대학 섬유패션캠퍼스에선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이하 추진단)이 보고대회를 열었다. 추진단은 지난해 9월 발족했다. 추진단은 “공항 이전 사업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도시 군공항 이전 사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와 달리 경북은 공항 이전 찬성에 여론이 쏠려 있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이 지자체 소멸론이 제기될 정도로 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는 군위군과 의성군에 새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공항 건설 단계에서 향후 30년간 공항 운영 과정의 경제 유발효과를 분석한 결과 대구·경북에서만 12조9000억원의 생산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는 5조5000억원, 취업 유발효과는 12만 명으로 조사됐다.

한편 대구뿐 아니라 광주광역시와 경기 수원시의 공항 이전 문제도 지지부진하다. 광주와 수원은 대구보다 군 공항 이전 사업의 속도가 더디다. 광주는 아직 예비 이전 후보지를 정하지 못했고, 수원은 2017년 2월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정한 상태다.

광주에선 연말까지 선정될 전망이었던 예비 이전 후보지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공항 이전 유력 후보지로 꼽히는 전남 무안군의회가 ‘광주 군공항 무안군 이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해 향후 군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수원의 경우 이전 후보지인 화성시와 여전히 마찰을 빚는 가운데 지난달 화성시민들이 대규모 상경 시위를 벌이는 등 갈등의 골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구·광주·수원=김정석·최경호·최모란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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