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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다니는 친구가 대기업보다 연봉 400만원 더 받네?"

중앙일보

입력

다음 두 문장은 맞는 말일까 틀린 말일까.
'대기업이 벤처기업보다 평균 연봉이 더 높다.'
'외국계 기업은 대기업보다 평균 연봉이 더 낮다.'

잡플래닛 연봉분석보고서

지난해 연봉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위 두 문장은 틀렸다. 통계상 잘나가는 벤처나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평균 연봉이 높았고, 외국계 기업은 신입사원 때는 대기업보다 연봉이 낮다가 연차가 오를 수록 국내 대기업과 연봉 차이가 줄었다. 기업정보 스타트업 잡플래닛이 지난 한 해 사용자들로부터 받은 연봉 정보 21만 1978건을 분석한 결과다.

대기업과 벤처기업 연봉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대기업과 벤처기업 연봉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잡플래닛은 '2019년 연봉 분석 보고서'를 16일 발간했다. 외국계 리서치기업 등이 기업별 연봉을 분석한 보고서를 종종 내지만 보고서 구입 비용이 수백~수천만원에 달할 만큼 비싼 데다 국내 기업 관련 정보도 많지 않은 편이다. 월 이용자 300만 명을 확보한 잡플래닛은 지난해 이용자들로부터 제공받은 기본급 정보를 지역·기업 유형별로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입사후 1년차부터 13년차까지의 평균 연봉, 연봉 중간값, 25%, 75% 지점연봉값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연봉 수준이다. 벤처기업 특성상 대부분의 회사가 업력이 짧고 매출 규모가 대기업보다 작으니 연봉도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잡플래닛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평균 연봉은 4458만원, 벤처기업은 4857만원으로 벤처기업이 대기업보다 약 400만원 더 높았다.

잡플래닛은 "회사 규모로만 보면 벤처기업은 중소기업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연봉이 높은 벤처기업만 따로 떼 분석해보니 대기업보다 처우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75% 지점 연봉값을 비교해보면 대기업(5058만원)과 벤처기업(5550만원)의 연봉 차이는 492만원으로 더 크게 벌어졌다. 벤처보다 연봉이 나은 벤처기업이 무조건 높다고 생각하면 오산인 셈이다.

매출과 인력 규모 면에서 손에 꼽히게 잘나가는 금융 스타트업 A사의 연봉 정보를 보자.

2019년 벤처기업 연봉 정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9년 벤처기업 연봉 정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회사에 다니는 10년차 소프트웨어 담당 엔지니어의 연봉은 1억 3250만원이다. 웹 개발을 담당하는 6년차 직원의 연봉은 7200만원이다. 두 사람 다 대기업 10년차, 6년차 평균 연봉(각각 5627만원, 4580만원)보다 훨씬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업무 특성상 엔지니어·개발자보다 평균 연봉이 낮은 전략, 경영지원 담당 직원의 연봉도 각각 6000만원(4년차), 5000만원(3년차)였다. 같은 연차의 대기업 평균 연봉보다 1000만원 이상 높았다. 이 회사는 평균 500만원 가량의 현금성 복지와 평균 1000만원 이상의 인센티브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대기업은 연봉에 반영되지 않은 성과금을 주는 곳이 많다. 이 떄문에 현금 실수령액은 스타트업보다 대기업이 더 높을 수 있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연봉이 높은 벤처기업들은 기본급에 성과금을 반영해 연봉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급여 수준이 올라가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성과가 좋은 스타트업들이 최근 들어 성과금 제도를 도입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성과금보다는 스톡옵션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입사 초에는 대기업 동년배에 비해 연봉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연차가 올라갈수록 그 차이가 줄어든다. 1년차인 신입 직원의 평균 연봉의 경우, 대기업 직원(3668만원)이 외국계 기업 직원(3092만원)보다 576만원 더 많았다. 그러나 7년차 평균 연봉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223만원으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13년차의 평균 연봉을 비교하면 대기업(6267만원)과 외국계 기업(6260만원) 연봉은 사실상 똑같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차이는 1000만원 이상 난다. 대기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458만원, 중소기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3433만원이었다. 1년차일때 대기업·중소기업 연봉 차이는 853만원이었지만, 13년차에 연봉 차이는 924만원으로 더 많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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