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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망치질 받고 땅바닥에 떨어진 모랄레스 흉상, 볼리비아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

중앙일보

입력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의 흉상이 망치질을 받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4선 연임에 도전한 대선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으로 물러나 11월 쫓기듯 아르헨티나로 망명한 지 2개월여 만이다.

볼리비아 코차밤바 키야코요 경기장 앞에 설치됐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흉상이 13일(현지시간) 철거돼 땅바닥에 뒹굴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리비아 코차밤바 키야코요 경기장 앞에 설치됐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흉상이 13일(현지시간) 철거돼 땅바닥에 뒹굴고 있다.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AFP와 볼리비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전날 볼리비아 체육부는 코차밤바 주 키야코요(Quillacollo)의 경기장 앞에 세워진 모랄레스의 흉상을 철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모랄레스가 망명지인 아르헨티나에서 12일 지역 라디오와 인터뷰하면서 '본국에 돌아가면 민병대를 조직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그는 집권 당시를 떠올리며 "우리는 너무 믿었다. 큰 실수였다"며 "'플랜 B'가 없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볼리비아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코차밤바 키야코요 경기장 앞에서 철거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흉상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리비아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코차밤바 키야코요 경기장 앞에서 철거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흉상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밀톤나바로 체육부 장관이 이날 직접 망치를 들고 올라가 흉상을 세게 내리쳤다. 지난해 말부터 검은 봉지로 싸여 있던 흉상 속 모랄레스의 미소 띤 얼굴은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흉상이 있던 이 경기장의 이름은 '에보 모랄레스 경기장'이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 시절인 2015년 건립된 볼리비아 최대 규모 경기장이다.

볼리비아 임시 체육부 장관과 관계자들이 13일(현지시간) 코차밤바 키야코요 경기장 앞에서 설친됐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흉상을 철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리비아 임시 체육부 장관과 관계자들이 13일(현지시간) 코차밤바 키야코요 경기장 앞에서 설친됐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흉상을 철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06년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좌파 지도자 모랄레스는 14년 가까이 집권하는 동안 전국에 다양한 체육시설을 지었다. 나바로 장관은 모랄레스의 흉상과 더불어 경기장 정면에 있던 현판도 제거했다.
그는 "볼리비아 국민의 돈으로 건립한 시설에 독재자, 범죄자의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기자와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코차밤바 키야코요 경기장 앞에서 철거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흉상을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리비아 기자와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코차밤바 키야코요 경기장 앞에서 철거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흉상을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리비아 기자와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코차밤바 키야코요 경기장 앞에서 철거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흉상을 촬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리비아 기자와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코차밤바 키야코요 경기장 앞에서 철거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흉상을 촬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제 경기장의 이름은 지명을 따서 '키야코요 다목적 올림픽 경기장'으로 바뀌었다. 이날 흉상 파괴를 시작으로 볼리비아 임시정부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랄레스의 이름을 딴 볼리비아 곳곳의 경기장과 학교, 시장, 그리고 모랄레스와 부모의 동상 등이 곧 비슷한 운명에 처할 예정이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망명지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한 지역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망명지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한 지역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는 망명 생활을 하며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고 있지만, 임시정부로부터 테러와 선동 혐의로 기소되었고,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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