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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계관 “설레발” 악담에도…문 대통령 “북한은 대화 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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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의 11일 담화에 대해 “대화하려는 양 정상 간 신뢰와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김 고문은 “(정상 간) 친분을 바탕으로 다시 미국과의 대화 복귀에 기대감을 갖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라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외교안보 정책 #대통령 “개별관광, 제재 저촉 안 돼” #해리스 “남북협력 미국과 협의를” #북에 현금 유입 땐 제재 위반 소지

김 고문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미국이 우리 요구사항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지만 우리는 미국이 그럴 준비도 안 돼 있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안다”고 한 데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의 종전 주장과 달라진 바 없다. 북한은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는 국정원이 연말 북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제재와 핵을 교환하는 식의 북한 비핵화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것과도 거리가 있다.

또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을 위한 남북 간의 대화를 거부하는 그런 메시지는 아직 전혀 없다”고 했다. 김 고문이 한국을 향해 “설레발”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 등 악담을 퍼부었는데도 말이다. 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산초청에 “소뿔 위에 닭알 쌓을 궁리”라고 비아냥거린 것도 불과 두 달 전이다.

문 대통령은 또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게 아니라 남북 간에도 할 수 있는 최대한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에 대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이견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제재 예외가 필요한 남북 간 협력 활성화는 섣부른 제재 완화는 안 된다는 미국과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비핵화는 안 되고 한·미 관계는 더 나빠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미 국무부도 남북 협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7일 신년사에 "모든 국가가 안보리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도 “남북관계 진전은 북한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하고 남북협력 구상들도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7일 인터뷰)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개별 관광 같은 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구체적 예까지 들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관광’ 분야를 금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으로의 현금 유입은 최대한 틀어막는 게 제재의 취지다.

2017년 12월 채택된 결의 2397호는 북한으로부터 감자나 사과까지 수입하지 말라고 금지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재는 인도적 차원의 인적 교류는 금지하지 않지만, 영리 목적의 관광도 허용하는지는 안보리 대북제재위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서 관광을 권장한 결과 혹시 북한 정권으로 돈이 흘러 들어간다면 제재 우회처럼 비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서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피해자 동의 없이는 정부가 합의해도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위안부 합의 때 절실하게 경험했다”고 한 것도 반박의 소지가 있다.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으로부터 일본이 낸 지원금을 수령한 피해자도 46명(합의 당시 생존자 기준) 중 36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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