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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스트레스 자아형성에 악 영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우리나라 남녀 고등학생들이 겪는 대학입시에 관한 스트레스가 자아형성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불안·불면증·절망감을 주는 등 청소년에게 심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의대 이만홍 교수(정신과)팀은 최근 열린 대한신경정신학회 학술대회에서 이처럼 발표했다.
이 교수팀이 서울의 남녀고교생 4백50명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자아정체감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 스트레스점수가 높은 학생일수록 자아정체감 점수가 낮은 추세를 보였다.
자아란 다른 사람에 대한 자기의 동일성, 즉 자신이 가진 능력에 대한자신감으로 표현되는데 자아인식 수준이 낮을수록 사회에 부조화를 느끼고 성격이 비뚤어진다고 정신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조사팀은 한창 자아가 형성될 청소년기에 입시에 의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아형성이 장애를 받는다면 올바른 인격 성장에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는 고등학교 1학년학생에 비해 3학년 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학년간 자아정체감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입시 스트레스 증상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불안·불면증·절망감·신경예민 등 심리적 증상을 느끼는 학생이 58.9%로 가장 많았고 ▲소화불량·구토·설사 등 소화기계통 장애 증상이 17.8% ▲근육통·요통·관절통 등 근육기능 장애증상이 15.2% ▲호흡곤란·기침·답답증 등기타 증상이 8.1%로 각각 나타났다.
한편 많은 정신의학자들은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나 입시 실패 등이 청소년들의 정상태에 손상을 주어 성년이 되고 나서도 패배의식이나 불안감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앙대의대 이길홍 교수(신경 정신학)는『입시스트레스나 낙방 등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가장 큰 충격』이라고 전제하고 『스트레스가 정신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스트레스는 인체 내 자율신경 조절기능을 약화시켜 각종 증상을 나타낸다고 밝히고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두통·현기증·위장장애를 호소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성적이 떨어지고 ▲무기력하거나 맥이 없어 보이면 입시 생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입시 생에 대한 부모들의 과잉반응은 매우 좋지 않다』고 말하고『잘해준다는 생각에서 작은 것까지 간섭하는 행동은 오히려 입시생들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킨다』고 충고했다.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입시생이 겪고있는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요즘 고교생들이 입시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떨쳐 버리기 위해 각성제를 복용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히고, 각성제는 일시적으로 머리를 맑게 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허탈감을 쉽게 느끼는 등 정신적 황폐를 가져오므로 절대로 복용하지 못 하게 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와 함께 수면주기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것도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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