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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끌려가는 모습 비춰야" 패트 공소장 속 '그날의 연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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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6일 새벽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국회 관계자들이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빠루'와 `망치'를 사용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한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4월 26일 새벽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국회 관계자들이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빠루'와 `망치'를 사용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한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천태만상 국회세상’ 모습의 일부죠, 이것도.”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로 기소된 여야 국회의원·보좌진의 공소장에 대한 한 국회의원의 평가다.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을 수사했던 서울남부지검은 2일 자유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 27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보좌진 10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혹은 국회법 위반 혐의로 기소(약식기소 포함)했다. 이들의 공소장을 보면 충돌한 경찰에게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윽박지르는 것부터 언론(미디어)에 자기편이 유리한 모습을 노출시키기 위해 연출을 지시하는 모습까지 담겨 있다.

“끌려 나가는 모습이 비춰지게 해야 한다.”  

지난해 4월 25일 채이배(두번째줄 왼쪽) 바른미래당 의원실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 선임된 채 의원의 사개특위 참석을 막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4월 25일 채이배(두번째줄 왼쪽) 바른미래당 의원실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 선임된 채 의원의 사개특위 참석을 막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 25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그 자리에 직접 있지는 않았지만, 당시 채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장 출석을 막기 위해 포진하고 있었던 여상규 한국당 의원 등에게 지시를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여 의원이 당일 오후 2시 나 원내대표와 통화하며 “감금 상황을 해제하지 않으면 집무실 문이나 창문을 부수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끌려나가는 모습이 비춰지게 해야 한다”며 "경찰관이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감금 상황을 유지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 외에도 나 원내대표는 국회 의안과의 법안 접수를 방해하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와 사개특위 회의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황교안 대표 역시 한국당 의원들에게 국회 대치를 지시하며 회의를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네가 지금 의원을 막는거냐.”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4월 25일 채 의원 감금 현장에 있던 사람이다. 당시 채 의원 집무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비서에게 “얘 왜 이러니. 너 그러다 다쳐. 네가 지금 의원을 막는거냐”라고 말하며 집무실 밖에서 문고리를 잡아당겨 문을 열지 못하도록 했다.

또 같은 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등포서 여의도지구대장 등 경찰관과 소방관에게 “경찰이 여기 왜 왔어? 여기가 어디라고 오냐. 경찰관 필요 없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의원도 나 원내대표와 같은 혐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이 의원을 포함해 한국당 당대표 및 의원 14명이 불구속 기소됐고, 10명의 의원은 약식 기소됐다. 같은 혐의를 받았던 의원 중 37명은 ‘범행 경위나 가담 정도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패스트트랙 충돌’여야 의원 등 37명 기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패스트트랙 충돌’여야 의원 등 37명 기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디어에 우리가 진입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지난해 4월 25일은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고 국회 경호기획관실에서 의안과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는 때였다. 당시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등 관계자들로 인해 회의실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사개특위와 정개특위에 각 법안을 접수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민주당 소속 한 보좌관은 이날 오후 11시 30분쯤 문자를 보내 “[긴급]국회 및 인근에 계신 민보협(민주당 보좌진 협의회) 여러분! 즉시 원내대표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단체 메시지를 보내 사람들을 모았다. 새벽까지 대치가 이어지는 와중에 민주당 소속으로 추정되는 한 의원은 다음날인 26일 새벽 1시쯤 원내대표실 안에서 “미디어에 우리가 의안과로 진입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말하며 다른 의원들을 모았다.

“일제히 달려가 들이받자”  

지난해 4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4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26일 오전 1시부터는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모습들이 연출됐다. 여야 할 것 없이 스크럼을 짜고, 일제히 들이박고, 스크럼을 해제하느라 누군가의 어깨를 잡아 밀치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이 때 국회정책연구원 김모씨는 민주당 당직자들 수십명과 함께 의안과 사무실 앞으로 일제히 달려가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을 그대로 들이받는 일명 ‘보디체크’를 하기로 하고 김승희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을 받았다. 이 때문에 김승희 의원은 약 6주간 치료가 필요한 늑골 골절 상해를 입었다.

당시 한국당 당직자들을 폭행한 혐의로 이종걸·박범계·표창원·김병욱·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기소(약식기소 포함)됐다. 김승희 의원을 들이받은 한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들도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대해 김병욱 의원은 “김승희 의원 옷깃도 스치지 않았다”며 “검찰이 조사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들과 함께 폭행 의혹 등을 받았던 권미혁·김해영 의원을 포함한 8명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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