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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놀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아동심리학자가 이런 실험을 해보았다.
한 어린이가 아버지의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잉크병 뚜껑을 열다가 잉크를 엎질러 책상보가 조금 더러워졌다. 또 다른 어린이는 잉크병의 뚜껑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닫으려다 그만 잉크를 엎질러 책상보가 많이 더러워졌다.
이들 두 어린이의 경우 누가 더 혼이 나야 하는가를 아이들에게 물었다. 대부분의 어린이는 책상보를 많이 더럽힌 아이가 더 혼이 나야한다고 대답했다.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도덕관념 중에서 선에 대한 반응도 흥미 있다. 첫째는 재미있는 것을 선으로 생각한다. 둘째는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듣는 경우다. 셋째는 자기의 양심에 만족을 느꼈을 때다.
어른들의 성숙된 도덕관념으로는 양심의 만족이 바로 선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양심의 분별은 모호하고 두 번 째의 경우, 곧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그것이 곧 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동심리학자의 결론은 .어른들이 먼저 성숙된 도덕관을 가져야 하고, 그런 기준으로 아이들을 칭찬도 하고 야단도 쳐야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자유방임상태로 내버려두어서는 교육이 안 된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
아이들의 심리가운데 중요한 것은 모방성이다. 모방은 아동심리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생후 1년부터 나타난다.
아이들의 놀이는 바로 그 모방으로부터 시작된다. 학자집 아이는 공부하는 놀이를, 멋쟁이 엄마의 아기는 화장하는 놀이를, 부부싸움 잘하는 집 아이는 역시 부부 싸움하는 놀이를 즐겨한다. 이것은 학자들의 실험에 나오는 얘기다.
우리네 아이들은 어떤가. 요즘 장난감 가게에는 억만장자놀이, 인생게임 성공오락, 대재벌게임, 럭키인생 등 2O여종의 돈벌이 놀이기구들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는 부동산투기, 돈놀이, 은행원의 돈 빼돌리기 등의 수법도 있는 모양이다. 모두 주위에서 보고 듣는 대로다. 글쎄, 이런 놀이를 보는 어른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설마 대견하다고 하는 사람은 많을 것 같지 않다.
문제는 어른들의 표양이다. 그 어른에, 그 아이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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