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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청사 새마을기 내리고 세월호·한반도 깃발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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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올해부터 도청과 소속 기관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와 나란히 걸려 있던 새마을기를 홀수달엔 내리기로 했다. 기존 새마을기 자리엔 경기 도정 목표를 담은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 깃발이나 행사기 등을 번갈아 올라간다.

새마을기 [중앙포토]

새마을기 [중앙포토]

짝수달엔 한반도기나 세월호기 등 주요 기념일에 걸맞은 깃발을 올리기로 했다. 2~3개월 이상 새마을기가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도는 이 같은 게양대 운영 계획을 6일 밝혔다.

홀수달은 도정 슬로건기, 짝수달도 주요 행사기  

경기도 관계자는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와 경기도기, 새마을기가 상시 올라가면서 도정 슬로건기 등이 올라갈 자리가 없었다"며 "그래서 홀수달엔 새마을기를 내리고 도정 슬로건기를 올리고, 짝수달에도 주요 행사가 있다면 그에 해당하는 깃발을 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새마을기가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짝수달에 큰 행사가 없다면 새마을기가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기도 국기 게양대 새마을기 게양 중단 왜?'라는 글을 올려 새마을기 상시 게시 중단 사실을 알렸다. 이 지사는 "재작년과 작년에 걸쳐 경기도새마을회 임원들과 '새마을중앙회 전국대회 경기도 유치' 지원, 새마을회기 국기 게양대 상시 게양 중단, 타 단체기와 동등한 제한적 게양을 상의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단체 중 하나인 새마을회기를 상시 게양하는 하는 것도 문제 있지만 수십년간 상시 게양해 온 관행과 기득권도 무시할 수 없어 계속 상의를 해 왔다"며 "경기도민을 대표해 새마을회가 새마을회기 상시게양 중단을 수용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썼다.

새마을기 게양 중단을 알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글.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새마을기 게양 중단을 알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글.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1976년 내무부 지시로 게양, 자율 맡겼지만, 여전히 상시 게양  

새마을기는 새마을운동의 상징으로 1973년 당시 내무부의 권고로 전국 관공서에 내걸렸다. 1976년엔 내무부 지시로 게양이 강제사항이 됐다.
1994년 행정쇄신위원회의 결정으로 상시 게양은 각 기관의 자율에 맡겨지면서 1995년 서울시가 게양을 중단했다.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경찰 등도 새마을기 게양을 중단했다.
광주광역시도 2017년부터 게양대에서 새마을기를내렸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지자체가 새마을기 상시 게양을 따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새마을운동은 유신정권의 유령"이라며 새마을기 게양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부산시와 전북도의회, 경기 수원시의회 등도 새마을기 게양 중단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찬반 논란을 거듭한 끝에 실행되지는 않았다.
현재 경기도에선 31개 시군이 새마을기를 걸고 있다. 단, 성남시에선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인 2014년 5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의 요구 등으로 시청사와 3개 구청사, 48개 동사무소 국기게양대에서 새마을기 대신 세월호기를 내걸었다가 3년 10개월 만인 2018년 3월 새마을기를 다시 걸었다.

경기도도 이 지사 취임 이후 새마을기 상시 게양 중단을 검토했지만, 새마을단체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경기도 남부청사(수원)와 북부청사(의정부), 각 산하기관에서 새마을기 상시 게양 관행이 사라지게 됐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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