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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차 등 통상적인 출퇴근길 사고도 산재"…'헌법불합치'로 구제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뉴스1]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사고를 당해 숨진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던 A씨는 2017년 11월 자신이 소유한 화물차를 몰고 출근하던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례비 등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이 사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전과 후 중 어느 것을 적용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과거 산재보험법에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봤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이것이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고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령이 헌법에 어긋남을 선언하되 개정 때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말한다. 단순 위헌 결정을 내려 즉각 효력을 중지시키면 법적 공백이 생겨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개정된 산재보험법은 2018년 1월 시행됐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이 법의 부칙에는 '시행 후 최초로 발생하는 재해부터 적용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부칙대로라면 A씨는 과거 산재보험법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차량으로 출퇴근하던 중 사고가 난 A씨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다시 한번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통상의 출퇴근 사고가 개선 입법 시행일 이후에 발생했는지에 따라 보험급여 지급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취급"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정확히 A씨의 사례에 들어맞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개정된 산재보험법을 A씨의 사례에 소급 적용했다. A씨의 출퇴근 경로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통상적인 출근 중 일어난 사고로 보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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