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통 멜러물 침체 방화계 "활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외국영화들의 틈새를 비집고 몇몇 한국영화가 흥행에 성공, UIP직배문제 등으로 침체됐던 방화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허 청소년물이나 코미디가 주종을 이뤘던 지난 여름과는 달리 정통 엘러물들이 인기를 끌며 가을 극장가의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또한 다소 흥행이 부진하리라고 예상됐던 불교소재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에도 개봉 10일만에 4만여명이 들어 좋은 영화에는 관객이 든다는 사실을 다시 입증했다.
『달마가…』은 제42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그랑프리수상작이라는 작품성과는 별도로 영화자체에는 오락성이 거의 없어 예필름이 이 영화의 판권을 3억원에 사들였을 때 영화계는 흥행결과에 다소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었다.
배용균 감독이 각본·촬영·조명 등 1인6역을 해낸 『달마가…』은 불교의 선을 소재로 물질문명에 찌든 현대인의 자연회귀를 그린 작품이다.
『달마가…』이 높은 예술성으로 호조를 보이는데 비해 『그 후로도 오랫동안』과 『아낌없이 주련다』는 오랜만에 보는 정통 엘러물로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그 후로도…』이 젊은층을 겨냥했다면 『아낌없이…』는 30대 이후, 특히 중년 주부층을 주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지난달 13일 개봉 후 5일간 전회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장기홍행에 들어간 『그후로도…』은 이달 들어 10만명을 넘어섰다.
히트작 『겨울나그네』 등 엘러물에 능한 곽지균 감독이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우상의 강수연양과 콤비를 이뤄 만들어낸 이 영화는 빠른 연출, 깨끗한 영상이 돋보이는 감각적 터치로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영화내용은 애인 앞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대생(강수연)이 겪는 기나긴 정신적·육체적 방황과 그 극복을 담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아낌없이 주련다』는 60년대 초 히트 작의 리바이벌이라는 점 외에도 50대에 접어든 김지미씨의 열연이 관심을 끌어 중년부부중심의 관객 층을 형성하고 있다.
고아로 자란 청년(이영하)이 대학시걸 스승의 미망인과 펼치는 순애보를 그린 『아낌없이…』는 왕년의 동명영화와 비극구조는 같게 하되 눈물·비탄 등의 최루요소는 가급적 절제하는 등 노세진 감독의 깔끔한 연출솜씨가 돋보인다.
한편 『아낌없이…』는 주제가를 이 영화를 제작한지 미 필름의 대표인 진성만씨가 불러 이채를 띠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바람뿐인데…」로 시작되는 주제가는 우용수 작사, 신범하 작곡의 블루스풍 발라드다.
진씨는 60년대 인기 남성 4중창단 자니부라더스의 일원이었다. <이헌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